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경 갈등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의혹의 중앙에 있는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오는 9일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팩 출판 기념회까지 열 예정으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사건은 2016년에 시작됐다. 울산경찰청이 그해 4월 밍크고래 불법포획 및 유통업자 4명을 붙잡아 사법 처리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울산지검 담당 검사가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중 21톤에 대해 “불법포획 등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돌려줬다. 21톤은 시가 30억원에 이른다. 환부 시기도 5월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고래고기 소비가 활발한 시점이었다.
환부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2017년 9월 담당검사를 직원남용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불법 고래고기 유통사건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A씨(38)가 검찰에 가짜 고래유통증명서를 제출해 고래고기를 환부받도록 한 혐의로 수사했다. A변호사는 울산지검에서 고래와 관련된 해양·환경 분야를 담당했던 검사 출신으로 고래업자들에게 2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변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3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법원에 청구되지 않았다. 또 A변호사의 금융계좌 수색 영장 기간도 축소 발부되는 등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울산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고, 일부 기각도 혐의 소명 부족 부분을 보완한 후 재지휘받도록 하거나 형식 요건 흠결에 대해 보완 지휘를 한 것”이라며 수사 방해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A변호사에 대한 수사는 원활하지 못했고 담당검사에 대한 수사는 더더욱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해당 검사는 2017년 12월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서면조사조차 응하지 않았다. 1년 후 돌아와 올해 1월에야 서면답변서를 내긴 했으나 ‘원칙과 절차대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담당검사와 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유통업자 5명만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울산지검은 지난 6월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부서인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2명을 입건하며 경찰의 반발을 샀다. 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명백한 보복행위’라며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고래고기 사건은 울산의 대표적인 검경 갈등 사건으로 2017년 8월 당시 경찰 수사권 독립 대표주자인 황운하 청장이 울산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사건 수사가 본격화했다. 황 청장은 검경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뒤이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현재 ‘하명 수사’ 의혹의 중심에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