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오는 11일 예술의 전당에서 ‘보이스(VOICE)’ 시리즈로 관객들을 만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사진)는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요즘 어린 친구들이 장작을 넣기도 전에 미리 모두 태워버리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린 꿈나무들이 벼랑 끝 경쟁에 내몰리면서 꿈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조진주는 항상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음악가다. 2006년 몬트리올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1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콩쿠르 1위, 2011년 윤이상국제콩쿠르 2위, 2012년 앨리스&엘레노어 쇤펠드 콩쿠르 1위, 2014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1위 등의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14년 12월 경연 참가 대신 다양한 형태의 연주와 교육, 음악회 기획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며 ‘굿바이, 콩쿠르 인생’을 선언했다. 클래식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곳을 찾아 자선음악회를 진행하거나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앙코르 챔버 뮤직 캠프’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14년간 머물렀던 미국 클리블랜드를 떠나 캐나다 맥길 대학 부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앙코르 챔버 뮤직 캠프’를 만든 이유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후배들과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 3~6주의 짧은 캠프 기간 때만이라도 경쟁 없이, 아티스트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조진주는 “미국에 처음 갔을 때 한 친구가 ‘너의 연주를 보면서 시 한 구절이 떠올랐어’라며 보들레르의 시를 낭송했는데 음악에만 몰두하던 저에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며 “그날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레슨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신나고 행복한 일이 됐다. 그때 음악에서 느낀 순도 높은 행복감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캠프’를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1일 열리는 공연에 대해 조진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리사이틀은 했었지만 제가 기획하고 테마를 잡는 등 제 색깔이 전반적으로 묻어난 프로그램은 오랜만”이라며 “5년 전 보이스 시리즈 때보다 저 스스로 충분히 변화했다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조진주는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장조’ 등 다양한 소품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이어 “어린 시절 음악과 사랑에 빠지게 된 곡들로 준비했다”며 “제가 그랬듯 관객들이 공연을 마친 후 ‘음악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피아노는 아타마르 골란이 맡는다. 정경화, 바딤 레핀, 막심 벤게로프 등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한 피아니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