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첫 제보자인 울산시 송병기 경제부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김기현 시장 측근 비리 사건은 이미 2016년 건설업자 김씨가 북부 아파트 시행과 관련해 수차례 울산시청과 울산경찰청에 고발한 사건으로 수사 상황이 언론 통해 울산 시민 대부분에 알려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일반화된 내용을 전화로 얘기했을 뿐이라는 해명이었다.
‘울산 시민 대부분이 아는’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은 현재도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좀 더 복잡해졌다. 비리 의혹은 모두 3건으로 2건은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았으며, 1건만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진행해 온 ‘고래고기 사건’과 함께 검경 갈등이 깔려 있는 사건이다.
가장 먼저 들여다 볼 사건은 비서실장의 ‘레미콘업체 선정 강요’ 건이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울산시 박기성 비서실장이 2016년 울산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날은 김 전 시장이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을 확정하는 날이어서 ‘기획·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경찰은 박기성 당시 비서실장이 친분이 있던 레미콘업체 대표의 청탁으로 아파트 시공사 소장을 불러 특정 업체 물량을 사용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해당 건설 시공사는 외압을 못 이기고 납품 업체를 바꿨다고 봤다. 반면 박기성 씨는 “지역업체 활성화를 위한 관련 조례에 따라 지역 업체 물량 사용을 권장했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경찰은 검찰의 수차례에 걸친 보완 수사 지휘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에야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3월 “직권을 남용했거나 뇌물을 주고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송 부시장이 청와대 최초 제보자로 지목되는 빌미가 됐다. 박기성 전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과정, 그리고 최근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송병기 씨는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권력형 선거부정 사건의 하수인이거나 공모자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공개했다. 이틀 후 실제 제보자가 송 부시장인 것이 확인됐다.
두 번째 사건은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이 관련돼 있다. 일명 ‘30억원 용약계약서’ 사건이다. 경찰은 건설업자 A씨의 고발에 따라 2017년 10월부터 김 전 시장 동생 B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동생 B씨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30억원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뒤, 시장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가 있는지 수사했다. 당시 아파트 건설은 불발됐다. 검찰은 올해 4월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과거 용역계약서가 작성된 것 외에 B씨가 이를 행사해 사업에 개입하려 했다고 볼 만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사를 하던 경찰이 기소됐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수사 적임자라고 영입한 C씨가 과거부터 A씨와 친밀한 관계인 사실이 드러났고, 이들은 김 전 시장 측이나 북구청장에게 협박과 청탁을 일삼은 정황도 드러났다. 논란이 확산하자 울산경찰청은 C씨를 수사팀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A씨와 C씨를 각각 사기와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재판 중이다. 검찰 수사에서 이들은 약 1년간 530여 회나 통화하고 각종 수사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B씨 수사 이전부터 유착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세 번째는 ‘편법 정치후원금 수수’ 사건으로 검경 갈등 없이 진행된 사건이다. 경찰은 ‘김 전 시장 측이 국회의원 시절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에 따라 수사를 벌여 총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이들은 2014년 지방선거 전 각각 1,500만∼2,000만원가량의 후원금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수백만원씩 나눠 김 시장 측 회계책임자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4명 모두를 불구속기소 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전 시장 측은 이에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사실에 맞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무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 사건마저 무죄가 나올 경우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은 실체가 없게 된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