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21세기 화폐전쟁]캐시리스 사회, 보이지 않는 손의 금융통제

■노르베르트 헤링 지음, 율리시스 펴냄




IT 산업의 발달로 컴퓨터와 전산망이 확충되고, 금융기관 업무가 시스템화하면서 현금이 필요 없는 ‘캐시리스(cashless)’ 사회가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캐시리스화가 진행되는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사용이 일상화됐고, ‘현금사회’로 알려진 일본도 현금의존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더 익숙한 풍경이다.

캐시리스의 정착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과 달리 탈세, 자금세탁 등 불법 경제활동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분실 우려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편리함과 투명성을 보장해 주는 캐시리스 사회는 동시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와 개개인의 경제활동이 낱낱이 감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선진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신흥개발국을 상대로 현금 퇴출과 생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앞장서서 지원하는 것이 석연치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간 ‘21세기 화폐전쟁’은 IT 및 금융기업, 거대 재단과 주요국 정부 및 기관들이 구축하는 거대한 디지털 금융 통제시스템의 내막을 고발한다. 책은 현재 진행되는 ‘현금 철폐’ 작전은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향한 전제조건이라고 보고, 이를 ‘21세기 화폐전쟁’으로 규정한다. 화폐전쟁이 인류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을 위협하는 거대한 파놉티곤(Panopticon·원형 감옥)을 최종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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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얼굴 정보 등록을 의무화한 중국부터 고액권 화폐 통용을 금지한 인도 등 주요 20개국(G20)과 글로벌 대기업들이 주축이 된 감시 체제 구축은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과 ‘디지털 아이덴티티’라고 불리는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현금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정부와 금융회사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가져가도록 구조가 바뀌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현금이 사라져 가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발전의 결과가 아니라 막강한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진행되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한다. ‘현금을 계속 사용할 때, 디지털화할 수 없는 소중한 공간을 보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지속적인 디지털화에 큰 기대를 거는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대기업뿐일 것이다.’ 1만7,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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