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는 나토에서 "엄청난 성과" 냈다는데...주변에선 비판과 조롱 세례

트뤼도의 트럼프 '뒷담화' 추정 영상 확산

트럼프, '왕따 논란'에 기자회견 취소 후 귀국

나토 뒤에도 트럼프 관련 부정적 뉴스 쏟아져

바이든은 트럼프 '뒷담화' 영상 정치광고로 활용

지난 3~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가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등 민감한 문제를 꺼내며 대서양 동맹 설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균열의 장’으로 전락시키고 기자회견 없이 떠나버린 행동이 여전히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내년 미국 대선에서 그와 맞붙게 될 야당의 유력 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토 회의 기간 터진 ‘트럼프 왕따’ 영상을 광고로 활용하며 그를 조롱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대폭 증액 성과 등을 내세워 나토 정상회의에서 ‘성공적 외교’를 펼쳤다며 연일 자화자찬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에서 “나의 나토 출장 기간 미국을 위해 엄청난 일들이 달성됐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자랑스럽게도 그 어떤 대통령도 이토록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이 이미 1,300억 달러(약 154조8,000억원)를 늘렸으며 조만간 (증가분이) 4,000억 달러에 달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분담금은 인상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일은 이전에는 일찍이 일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2024년까지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기로 한 데 대해 “2% 기준은 너무 낮은 만큼 4%가 돼야 한다”고 전방위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왓퍼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왓퍼드=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왓퍼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왓퍼드=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회의에서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지만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그가 이번 회의 동안 왕따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뒷담화’ 사건이다. 지난 3일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주재로 열린 나토 70주년 기념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등 나토 회원국 정상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존슨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그게 당신이 늦은 이유냐”고 묻자 옆에 있던 트뤼도 총리가 “그가 40여분 동안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그(마크롱 대통령)가 늦었다”고 대신 설명했다. 이들 정상이 누구에 관해 말하는지 이름을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추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들과 예정에 없던 50여분간 질의응답을 하고 트뤼도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에도 언론 앞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한 행동을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뒷담화’ 영상이 공개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오전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뒤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가 “두 얼굴을 가졌다”고 비난했고 귀국길에 올린 트윗에서도 “가짜 뉴스 언론이 나토를 위한 나의 성공적인 런던 방문을 깎아내리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왓퍼드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왓퍼드=AFP연합뉴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왓퍼드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바라보고 있다. /왓퍼드=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브로맨스’(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해 온 존슨 총리마저 그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슨 총리는 지난 4일 나토 정상회의 직후 열린 단독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왔다. 당신이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세계와 영국에 좋은 인물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직접적인 답을 피한 채 “미국은 영국의 충실한 동맹이며 이 관계는 영국에 좋은 역할을 해 왔다”고만 말했다.


지난 5일에는 도날트 투스크 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손가락 총’으로 겨냥한 듯한 사진까지 올라왔다. 투스크 전 의장은 트위터에 “계절에 따른 위기에도 대서양 연안국의 우정은 지속해야 한다”는 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등을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찌르는 자신의 사진을 게시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이 사진이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촬영된 것이며 EU를 대표하는 투스크 전 의장은 자신의 임기(2014∼2019)에 트럼프 대통령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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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 뒷담화’ 추정 영상 일부 /트위터 캡처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 뒷담화’ 추정 영상 일부 /트위터 캡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논란의 ‘뒷담화’ 영향을 정치광고로 활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했다. 그는 지난 5일 트위터로 이 광고를 공개하며 “세계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웃고 있다. 우리는 세계가 존경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험할 만큼 무능하고, 세계를 이끌 역량이 없는 트럼프의 실체를 전 세계가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그가 최고사령관을 4년 더 지내도록 놔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은 이 뒷담화 영상을 통해 트럼프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외교 경험을 강조할 기회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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