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특허 반납까지 고려"...중소중견免, 입국장 인도장 반발

"관세법 개정으로 인도장 생기면

입국장면세점 존재 이유 사라져"

SM·엔타스듀티프리 강력 반대

통관·검역 등 先규제완화 요구도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세법 일부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지는 가운데 중소중견면세점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인천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는 해당 특허를 관세청에 반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훈 SM면세점 대표와 중소중견면세점 업계 관계자들은 10일 서울 인사동의 SM면세점 서울본점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공항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이 들어서면 입국장 면세점은 망할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중견업체 시내 면세점들도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관세법 개정안은 시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면세상품을 공항에서 출국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입국 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입국장에 별도의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김광림·권성동·추경호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8년 11월9일 최초 발의했다. 의안 원문은 제안 이유를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을 설치해 여행객들의 불편을 덜어드리고자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 설립은 중소중견 문 닫으라는 얘기”=그러나 입국장에 면세품 인도장이 생기면 올해 5월19일 인천공항에 문을 연 입국장 면세점 영업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중견면세점 업계의 입장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2018년 9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설립이 추진돼 중소중견업체에만 개방됐다. 현재 SM면세점과 엔타스듀티프리가 인천공항 터미널1과 터미널2에서 각각 운영하고 있다. 5월31일 오픈해 6개월 간의 시범운영 기간이 지난달 말 끝났고 향후 전국 공항으로 입국장 면세점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이 생기면 입국장 면세점은 하나 마나라는 게 중소중견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입국장에서 면세품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하면 여행객 모두가 대기업의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뒤 입국 시 받아서 들어올 것”이라며 “이러면 입국장 면세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입점 브랜드도 모두 퇴점할 것이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입국장 면세점이 장사가 안 되면 입점 브랜드들도 인건비 등 부담을 못 이기고 철수하지 않겠냐”며 “특허를 반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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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이 인터넷 면세점을 강화한 것도 중소중견을 떨게 하는 요소다. 엔타스듀티프리 관계자는 “빅3의 막강한 인터넷 면세점에서 쇼핑한 뒤 입국 시 면세품을 픽업해 들어올 수 있게 되면 과연 그 누가 입국장 면세점을 이용하겠냐”고 반문했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단체관광객(유커)을 끊은 이후 국내 시내면세점은 중국의 대리구매상(다이궁) 위주로 재편됐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송객수수료’와 탁월한 입지, 바잉파워의 바탕이 되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면세점들은 출혈경쟁을 벌였고 결국 대기업 면세점 후발주자인 한화와 두산은 적자를 못 이겨 특허권을 반납했다. 대기업이 이렇다면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영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김 대표는 “SM면세점은 뼈를 깎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나름의 살 길을 찾아 2018년 150억 원 대 적자를 올해 20억 원 대로 줄이고 내년에는 소폭 흑자까지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점이 좌초되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중견면세점 업계는 이밖에 △외국인이 면세품을 들고 입국하면 내수 시장이 교란될 수 있고 △인도장 신규 설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보다는 입국장 면세점 좌초에 따른 고용 감소효과가 훨씬 크며 △공항 입국장에 인도장을 설치할 공간도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이번 관세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중견면세점 업계의 경영 사정보다는 여행객 편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중소중견면세점 업계는 “여행객의 불편을 줄여주려면 기존에 있는 입국장 면세점에 대한 규제를 없애주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현재 입국장 면세점에는 탐지견 활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향수 테스트를 금지하는 등 출국장 면세점과는 다른 통관·검역 관련 규제가 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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