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이 본격 재판에 돌입하기도 전부터 검찰이 허술한 대응으로 코너에 몰렸다. 재판부가 내용을 크게 바꾼 새 공소장을 인정하지 않은데다 수사기록 열람이 늦어질 경우 정 교수를 석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 일가 사건의 최대 핵심인물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법원의 조치가 다른 공범들의 재판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0일 정 교수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이 낸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범과 범행일시·장소·방법·동기 등이 모두 중대하게 바뀐 이상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종전 공소장과 변경된 공소장에 적힌 죄명은 같지만 동양대 표창장 위조 공범은 성명불상자에서 정 교수 딸 조모씨로 바뀌었다. 범행일시도 지난 2012년 9월7일께에서 2013년 6월로 변경됐고 장소 역시 동양대에서 피고인 주거지로 바뀌었다.
범행 방법은 컴퓨터 파일로 상장을 출력해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기재했다가 변경 후에는 딸 상장을 스캔한 뒤 이미지 프로그램을 사용해 워드 문서에 삽입하고 직인 부분만 오리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썼다. 범행 동기는 ‘국내외 유명 대학원에 진학하는 데 쓰기 위해서’였다가 ‘서울대 의전원 서류 제출과 관련해서’로 특정됐다. 수사 진척에 따라 혐의가 구체화했으나 허술하게 제출된 기존 공소장이 역으로 검찰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은 “공범들을 수사 중이라 기존 공소장에 추가 증거를 기재하지 않았을 뿐 기초 사실관계는 같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완강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가를 이번주까지 넘길 경우 보석(보증금 등을 내건 석방)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재판부는 “11월11일 기소됐고 같은 달 26일 분명히 열람·등사를 하라고 말했는데 아직 사모펀드 부분도 제대로 안 됐다”고 검찰을 꾸짖었다.
정 교수는 이날 재판절차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사건의 쟁점, 검찰과 변호인단의 유·무죄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다.
정 교수 측을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증거가 없으니 무죄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