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최고의 R&D 심사 전문가는 시장이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5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개사를 선정하기 위한 대국민 공개 심사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신산업과 연관성이 높고 개발이 시급한 소부장 기술의 혁신을 이룰 중소기업을 전문가와 국민들이 함께 선발하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심사배심원단 100여명과 산학연 최고 권위자 32명이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같은 날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를 개최해 소부장 관련 37개 연구개발(R&D) 사업의 효과성을 심층 분석하는 특정 평가를 매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를 소부장 육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에는 심사의 전문성이 부족했고 R&D 성과를 심층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 심사하는 방식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방식인지는 의문이다. 2020년도 R&D 예산안은 총 24조원으로 이 중 소부장 분야가 1조7248억원이다. 나머지 R&D 예산 22조원도 최고의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소부장 강소기업 선정하듯이 심사가 가능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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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부장 강소기업 100’ 선발을 위해 모인 전문가들의 역량은 매우 뛰어나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평소 최일선 현장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최고의 민간 전문가들이 매번 정부사업을 심사하러 올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부는 소부장 심층 분석방침과 함께 평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평가자료 요구를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모순이다. 심층 분석을 하려면 당연히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 과기부가 심층 분석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R&D 사업 수행기관이나 업체들의 행정부담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정부의 R&D 심사는 성과지표를 맞추는 데 급급해왔다. 또 별 차이 없는 답안들을 구분하기 위한 평가기관의 온갖 자료 요구가 반복돼왔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심사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중기부 R&D 최종평가 과제 4651건 중 4317건이 성공 판정을 받아 성공률이 92.8%에 달했지만 정작 사업화 성공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R&D 성공과 사업 성공이 괴리된 상황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의 하향식 R&D 심사를 상향식으로 바꾸는 혁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일례로 대중소기업과 대학 및 연구소와 벤처캐피탈의 네트워크에서 정부 R&D 사업에 스타트업을 추천하는 중기부 I-CON 사업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I-CON 사업처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혹은 벤처캐피탈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받거나 공동 개발·납품 협약을 맺은 소부장 중소기업에 R&D 예산을 과감하게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기간 성과를 묻지 않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진짜 경쟁력이 있는지는 시장이 알고 있다. 시장이 바로 최고의 R&D 심사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대기업의 기술·인력 탈취가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은 누가 R&D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답을 알고 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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