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은 울산이 최초로 유치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지난 2012년 3월 문을 열었다. 2007년 4월 초대 센터장으로 임명된 이동구 박사는 홀로 울산에 내려와 지금까지 화학산업과 울산 산업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 달 28일 정년 퇴임한 이 박사는 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은 계속 맡는다. RUPI(Roadmap Project for Ulsan Petrochemical Industry·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 사업은 100개의 액션플랜에 약 1조7,000억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석유화학산업 고도화 중장기 프로젝트다.
RUPI 보고서는 ‘세계 5위 석유화학 강국, 아시아 4위 산업도시’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완료된 주요 성과를 보면 석유화학단지 전력 인프라(복선 안정화) 확충을 비롯해 산학융합지구 및 테크노산업단지 조성, 광역스마트 스팀 네트워크 및 스팀 하이웨이 구축, 세계최대 수소타운 조성, 울산종합비즈니스센터 건립, 학남정밀화학소재단지 조성, 석유화학공정기술교육센터 건립,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구축 등이 있다. 모두 합치면 8,000억원에 이른다.
지금은 석유화학산업 고도화 외에도 자동차·조선 산업과 융합,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미래먹거리 산업 발굴, 석유화학단지 안전대책 수립,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 산업생태계 구축 등 미래핵심 가치들을 함께 장착한 포스트-RUPI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770억원 규모의 ‘통합 파이프랙 구축’ 사업도 지난해 설계를 확보하고 석유화학단지 사장단의 공감대까지 이끌어낸 상태다. 160억원 규모의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구축 사업도 6억원의 설계비를 확보하고 착착 진행 중이다. 또 갈수록 심각해지는 동절기 가뭄과 낙동강 수질 악화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1,800억원 규모의 맞춤형 공업용수 통합공급시설(통합 물공장) 사업도 착수 가시권 안에 들어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울산 국가산업단지의 땅속에 묻혀있는 지하배관은 노후화가 심각하다. 15년 이상 된 배관만 해도 70% 이상이다. 여기엔 유독물질 화학관과 고압가스관이 다량 포함돼 있어 한번 사고가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공단과 인접한 지역에 사는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땅속에 ‘시한폭탄’을 떠안고 사는 셈이다. 울산시민들은 “산업단지의 지하배관을 철저히 관리하는 사업들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약 10년 동안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 박사는 “지난 2010년 수립된 RUPI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글로벌 환경변화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기후변화 및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현시점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포스트-RUPI 사업이 절대 필요하다”며 “울산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온 석유화학산업을 넘어 타 주력산업과 융합돼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울산 미래화학산업 발전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지역의 화학네트워크포럼도 주도하고 있다. 2015년 7월에 창립된 이 포럼에는 정밀화학, 환경에너지, 석유화학, 나노융합, NCN, 기술융합 분과 등 6개 분과위원회에 1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울산 산업발전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향후 추진할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다. 처음 포럼을 기획해 지금도 매번 포럼을 주관하는 그는 최근엔 기술 자립화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과 함께 석유화학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박사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의 ‘4차 산업혁명 U포럼’ 화학ICT융합 분과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와도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 육성의 투트랙 전략을 잘 구사하면 울산이 국내 최고의 산업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며 “기업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 공장 구축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생산 설비관리부터 물류, 품질, 에너지, 환경, 안전까지 공장의 다양한 제품 제조과정을 빅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제어 가능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울산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파워시티 울산’ 산업육성 전략으로 향후 5년간 약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내년은 울산에게도 새로운 산업환경 대응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산업화의 풍부한 경험과 최적의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울산이 저탄소 및 탈석유 기반의 새로운 화학소재산업으로 재도약하려면 국가는 화관법·화평법 등 환경규제를 재정비하고 기업이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대산(2007년), 울산(2010년), 여수(2013년) 등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의 발전로드맵을 모두 총괄책임자로서 수립한 경험과 성과를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그동안의 공로가 인정돼 지난해 10월 ‘제10회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