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은 이사의 겸업금지의무와 경업금지의무(상법 제397조)를 명시하고 있다. 또 이사가 회사와 거래할 때는 이사회에 의한 사전승인(상법 제 398조)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겸업금지의무는 주된 직업 외에 다른 일을 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경업금지의무는 특정상인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 상인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상업사용인·영업양도인)에게 그의 영업과 경쟁적 성질을 띠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조치는 대표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 회사의 비용이나 부담으로 다른 사업장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을 제한하고, 회사의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규범화하기 위해 특별히 법적인 책임을 지운 조치다.
이처럼 법을 통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음에도 이를 둘러싼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최근 A회사의 주주들로부터, 대표이사가 자신의 개인회사를 위해 A회사의 자산을 빼돌리고 떼어먹어 피해가 막심하니 이를 회복할 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A회사의 대표이사는 중국 내 설립한 B회사와 국내에 A회사 옆에 설립한 자신이 실소유주인 C회사까지 총 3개 회사의 대표이사 지위를 겸하고 있었다. A회사의 대표이사는 이 지위를 활용해 B회사가 설립 이후 매출이 일어나지 않고 손실만 발생하자 A회사가 조달한 자금을 이용해 B회사에 선급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A회사의 원자재, 인력, 자원을 무상으로 활용해 C회사가 제품을 생산하게 한 뒤 이를 다시 A회사에 이윤을 남기고 팔아 B회사와 C회사에 부당이익을 줬다.
이는 A회사를 위해 A회사 대표가 대표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한 행위다. 이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상대방인 대표이사는 “B회사가 A회사의 계열사이므로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는 것이고, C회사는 A회사와 공동으로 생산을 하는 협업관계에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C업체가 A업체와 공동으로 사업하였다고 항변했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고, 설사 공동으로 사업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지급의무를 면하는 것은 아니라”며 “B회사에 선급금을 지원한 것에 대해 A회사가 이를 지원할 경영상의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급한 것이라 A회사 대표이사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9다227275 판결)
최근 개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창업을 하거나 역할 상의 이유로 여러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를 겸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서로 거래관계가 있거나 동종 영업을 할 경우 이러한 겸직은 가급적 회피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이 겸직을 하게 된다고 해도 법적으로 이들 회사는 ‘별개 주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소속된 각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로서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그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