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새 첨단산업 과제 남기고 물러난 '中 PC신화'

류촨즈 레노버 회장 은퇴

中 매체 "별도 퇴임 행사 없을 듯"

마윈 이어 IT대표 창업자 업계 떠나

Liu Chuanzhi, chairman of Lenovo Group Ltd., pauses during a news conference to announce company results in Hong Kong, China, on Thursday, May 26, 2011. Lenovo Group Ltd. Chief Executive Officer Yang Yuanqing said demand for the company‘s LePad tablet computer is stronger than supply. Photographer: Jerome Favre/Bloomberg *** Local Caption *** Liu Chuanzhi



“사람에게는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입니다.” 류촨즈(사진) 레노버 회장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즐겨 하던 말을 반복하고는 했다. 그의 아버지도 중국의 저명한 기술자였다. 연구원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의 PC 업체 레노버를 키운 류촨즈가 은퇴한다.

신경보 등 중국 매체들은 17일 일제히 레노버의 모기업인 레노버홀딩스의 류촨즈 회장이 18일 퇴임한다고 보도했다. 레노버홀딩스는 18일 홍콩 증시 폐장 후에 류 회장의 퇴임을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지만 별도의 퇴임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의 류 회장의 위상에 비춰봤을 때 이는 매우 조용한 은퇴라고 신경보는 지적했다.


류 회장은 중국 개혁개방의 대표적인 수혜자이자 공헌자다. 중국 국가 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동료 연구원 10명과 함께 베이징에서 레노버의 전신인 ‘신기술발전공사’를 세웠다. 류 회장은 1988년 홍콩 레노버를 설립했다가 1997년 베이징 레노버와 홍콩 레노버가 합병되면서 레노버 회장직을 맡게 된다.

초기에는 주로 외국 전자제품 회사의 주문을 받아 소형 전자제품을 만들었던 레노버는 직접 PC 생산에 뛰어들었다. 때마침 중국 경제성장과 함께 폭발하는 PC 수요에 힘입어 레노버는 중국 시장을 석권하고 연매출 500억달러의 세계 최대 PC 업체가 됐다. 류촨즈는 2011년 레노버 회장에서 물러나고 레전드홀딩스 경영에 집중해왔다.


공산당원이기도 한 그는 중국 재계에서의 위치가 확고하다.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리옌훙 바이두 회장,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등과 함께 중국 지도부로부터 직접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나이로는 역시 1세대 창업자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과 1944년생 동갑이다.

관련기사



다만 레노버는 스마트폰 보급이 불러온 모바일 혁명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화웨이나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신예 기업들에 IT 중국 대표 자리를 내줬다. 레노버는 주력사업 분야인 PC의 이익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첨단기술 자립을 선언한 가운데 레노버는 새로운 도전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외국산 PC와 소프트웨어 퇴출을 지시했는데 이들 기관에서는 대부분 레노버 컴퓨터를 사용한다. 레노버 PC는 미국이나 한국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레노버 입장에서도 자립이냐 퇴출이냐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베이징의 한 IT 업계 관계자는 “류 회장은 고도성장을 이끈 중국 제조업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새로운 첨단산업 육성의 과제는 후배들에게 물려줬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