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당장 이사가야 하는데...계약 엎어야 하나" 시장 대혼란

[부동산대책 후폭풍... 규제 첫날 어땠나]

"15억 시가기준 뭐가 맞나"

은행·중개업소 문의 빗발

9억 넘는 집 가진 1주택자

전세대출 길 막혀 발동동




초유의 12·16부동산대책으로 17일 은행 창구,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는 그야말로 대혼란을 겪었다. 대책이 발표 다음날 바로 실행되는 등 전격적이고 복잡한 내용이 많은 탓이다. 은행에는 대출계획을 세웠던 사람들로부터 정상적으로 대출이 나오는지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고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계약 해지를 고민하는 전화도 많았다. 정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9억원을 초과하는 집이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게 해 관련 계획을 세웠던 사람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서울 잠실의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센터장은 “잠실은 30평대 아파트 대부분이 15억원을 넘어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매입을 고려하던 고객들이 난감해하고 있다”며 “대책이 유예기간을 둔 것도 아니고 바로 실행돼 몇 개 물건을 놓고 저울질하던 사람들 중 아예 매입 의사를 접는 경우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993년 전격적으로 실시된 금융실명제를 떠올리며 자본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이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치동의 한 은행지점 관계자는 “당장 대출가능금액이 얼마로 줄어드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아 전화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반포·개포 지역에서는 조합원에 대한 이주비·잔금대출 등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15억원이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대한 혼란도 있었다. 정부는 KB시세와 한국감정원 시세가 모두 조회 가능한 경우 두 개 중 하나라도 15억원을 초과하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준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부동산중개업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의 M공인 대표는 “잔금대출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며 “일부 계약자는 대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계약 해지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잠실의 한 PB센터 관계자는 “주택계약이 사인 간의 거래여서 편법으로 계약서를 이번 대책 이전 날짜로 다시 쓰겠다는 고객도 있다”며 “문제는 계약금을 과거 시점에서 지불한 것이 증빙돼야 하는데 계좌로 이체하지 않은 것은 잘못하면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어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동 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개업소가 매도·매수자를 중재해 계약금을 환불받는 건도 다수 발생하고 있고 정부에서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일주일만 기다려보자며 시간을 벌고 있는 거래 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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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조합도 패닉 상태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제한은 정비사업의 이주비대출은 물론 중도금·잔금대출도 제한했기 때문이다. 동작구의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지정에 이어 이주비도 규제대상이 되다 보니 사업성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가 많다”면서 “실제 제한이 되는지, 언제부터인지 당국에 문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15억원이라는 기준도 분양가인지 시세인지에 대한 조합 내 의견이 분분하다. 관리처분인가 후 단지에는 소급 적용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지를 비롯한 초유의 12·16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첫날인 17일 부동산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은행과 공인중개업소에는 대출 문의가 빗발쳤고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래도 되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매매 등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 있다.  /성형주기자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대출 금지를 비롯한 초유의 12·16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첫날인 17일 부동산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은행과 공인중개업소에는 대출 문의가 빗발쳤고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래도 되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매매 등을 알리는 전단이 붙어 있다. /성형주기자


이런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집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 시 전세대출에 대한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공적보증을 제한하던 것을 서울보증보험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본인은 고가주택을 전세를 끼고 사놓고,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사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웬만한 서울 집값이 9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자녀 학군을 위해 강남·목동 등에 전세로 이사 가려고 계획했던 사람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회원 수가 80만명에 육박하는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이 사안은 내년 1월 중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지 기준인 15억원도 자의적이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전국 15억원 초과 아파트 수, 서울 시내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컨대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법·시행령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는 곳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해 지정한다. 15억원은 시스템적 결정구조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금융위는 15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은 주택구입 목적이 아닌 생활안정자금 목적이므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고 16일 밝혔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매매가 16억원, 전세가 7억원인 아파트를 자기 돈 9억원을 들여 갭투자로 사고, 전세 만기 때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돌려줘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글이 많이 등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는 17일 오후 “18일 이후 신규로 구입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도 동일하게 금지된다”고 보완책을 내놓았다.


이태규·송종호·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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