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AP·파운드리' 두토끼 쉽지않네

퀄컴, 플래그십 AP TSMC에 위탁

삼성엔 보급형 모델 맡기며 견제

엑시노스 입지 갈수록 좁아지고

파운드리도 TSMC와 격차 커져

'반도체 비전 2030' 달성 경고등

1815A13 반도체



삼성전자(005930)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라는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삼성전자의 AP 사업이 기술 난관에 부딪히고 파운드리 사업부는 대만의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벌이지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추진 중인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자체 AP를 보유한 스마트폰 사업자인 애플과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AP사업을 견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이용을 꺼리고 있어 삼성전자의 AP 사업이 파운드리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플래그십 AP인 ‘스냅드래곤 865’는 TSMC에, 보급형인 ‘스냅드래곤 765·765G’ 모델은 삼성전자에 각각 생산을 위탁할 예정이다. 각 공정에서 TSMC 보다 몇 달 빠른 파운드리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1㎚=10억분의1m) 미세공정 도입 자체는 TSMC 대비 늦었지만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은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기술력에서는 TSMC와 격차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퀼컴의 파운드리 물량배분이 삼성전자를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세계 AP 시장 1위인 퀄컴이 플래그십 AP 설계자산(IP) 등을 삼성전자에 공개하기 꺼려 보급형 제품 생산만 맡겼다는 것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와 파운드리 업체는 제품 양산을 위해 몇 달 이상 협업해야 하며 팹리스는 당연히 반도체 설계도 등을 파운드리에 제공해야 한다. 퀄컴으로서는 글로벌 3위 수준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모바일 AP 브랜드 ‘엑시노스’를 보유한 삼성전자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AP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애플과 화웨이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AP 물량을 TSMC에 위탁해 생산중이며 화웨이 또한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를 TSMC를 통해 위탁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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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애플은 한 때 삼성전자의 AP를 썼지만 이후 AP를 자체 설계하면서 위탁생산만 맡겼으며 몇년부터는 위탁생산도 하지 않고 있다”며 “화웨이도 마찬가지로 결국 경쟁 업체의 파운드리를 이용할 경우 발생한 설계자산 유출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시장의 우려 때문에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를 LSI 사업부에서 분리했지만 별도 법인으로 독립하는 등 특단의 조치 없이는 팹리스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벌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8%로 올 1·4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반면 TSMC는 4.6%포인트 상승한 5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AP 부문이 성과를 내는 상황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모바일 CPU 코어 자체 개발을 목표로한 ‘몽구스 프로젝트’를 중단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때 글로벌 AP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 엑시노스는 수년전부터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비교해 CPU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GPU 부문 경쟁력은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이 10년전 AMD로부터 모바일 그래픽 부문을 인수해 자체 GPU인 ‘아드레노’를 AP에 탑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ARM의 GPU ‘말리’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AMD와 협력해 GPU 개발 등에 나설 것이라 밝혔지만 제품 생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성능 차이 때문에 한국향 ‘갤럭시S’에 엑시노스를 탑재했던 관행을 깨고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S11’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65를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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