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산설명회' 박원순, 여당의원 띄워주기?

총선 4개월 앞둔 미묘한 시점에

25개 자치구 돌며 시민대상 설명회

예산확보 의원 초청해 홍보효과

사전선거운동 불거질 가능성 커

野의원들 "전례 없는 행사" 반발

市 "오해 소지 있지만 위법 아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총선을 네 달 앞둔 미묘한 시점에 25개 전 자치구를 돌며 ‘예산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에 국회의원·시의원 등을 초청하면 자연스레 지역구 예산을 확보한 사람이 누구냐는 데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다 110명의 서울시의회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이 102명을 차지한 상황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띄워주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지능적인 사전선거운동’ 우려를 낳을 게 뻔한 행사를 굳이 강행하는데 대해 논란을 일고 있다.

서울경제가 18일 입수한 ‘2020년 시-구정 예산설명회 추진계획’ 공문에 따르면 시는 박 시장이 다음날부터 25개 자치구를 돌며 예산을 설명하기로 한 데 대해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를 검토했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시의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에 대해 25개 자치구를 일일이 돌며 설명회를 연다. 19일 중랑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4개 구를 방문하며 내년 1월 11개 자치구를 추가 방문한다. 자치구 당 시민 200명 내외를 모으기로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이 자리에 국회의원·시의원 초청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현재 시의회 구조상 ‘민주당 국회의원 밀어주기’가 될 수 있다. 시의회 지역구 의원 100명(10명 비례대표) 중 97명이 민주당이고 나머지 자유한국당 시의원 3명은 모두 강남 소속이며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은 시의원 공천권을 행사한다. 박 시장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예산과 정책에 대해 홍보하면 예산을 확보한 시의원과 이를 도운 국회의원을 자연스레 알리는 모양새가 된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 의원이 참석한다 하더라도 산하에 시의원이 없으니 ‘들러리’를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산 설명회의 시점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내년 4월 15일에 열리므로 총선 네 달 전이다. 박 시장이 25개 자치구를 직접 돌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예산을 설명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장은 그동안 연말연시 신년 하례회를 해왔고 올해에는 시장의 일정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모든 자치구를 방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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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도 사전에 논란을 예상해 예산설명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인지 검토했다. 시가 모든 자치구에 내린 추진계획서에는 “선거법상 선거 60일 전인 2020년 2월 14일까지 예산설명회 개최는 가능하다”며 “다만 개별 설명회 진행 방식 및 설명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행위마다 별도로 검토가 필요하니 자치구 자치행정과에서도 함께 검토해달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시가 검토한 내용은 공직선거법 제 86조 2항의 ‘지자체의 장은 선거일 60일전부터 선거일까지 정당의 정강·정책과 주의·주장을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홍보·선전하는 행위’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산 설명회가 공직선거법 9조의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박 시장이 구민을 상대로 “이 정책을 추진하는데 모 의원님이 힘을 써 주셨다”고 발언하기라도 하면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박 시장이 예산설명회에서 한 한 마디 한 마디를 두고 시비가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야당 의원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선동 한국당 의원(도봉을)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선심성 예산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며 “예산설명회에서 선거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은 “서울시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전례에 없는 행사를 조직했다”며 “초청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치구에서도 ‘노골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법꾸라지’도 아니고 선거 60일 전이면 된다는 거냐”고 꼬집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내년 예산이 40조 원이나 되는데 시민이 정작 정책을 잘 모르니 착안한 것”이라며 “예산과 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법 검토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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