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진핑 사상 주입 안돼"…中 명문 푸단대학생 항의 시위

새 학칙에 "시진핑 시대 사회주의 사상으로 무장한다"는 구절 삽입

환구시보 편집장마저 비판…"정치적 교화는 대중 분노 초래"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푸단대에서 학생들이 시진핑 사상을 강조한 학칙 개정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유튜브 캡처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푸단대에서 학생들이 시진핑 사상을 강조한 학칙 개정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유튜브 캡처



중국 명문대학에서 ‘시진핑 사상’을 주입하려는 정부 지시에 대해 학생들이 항위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대, 칭화대 등과 함께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상하이 푸단대학은 최근 중국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학칙을 개정했다. 이 학칙에는 기존 학칙 서문에 있던 ‘사상의 자유’라는 구절이 빠지고 대신 ‘애국봉헌’이라는 구절이 포함됐다.


서문에는 ’중국 공산당의 영도하에 당의 교육방침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고, 중국 공산당의 치국이정(治國理政)을 위해 복무한다‘라는 구절도 새로 들어갔다. 제4조에 있던 ’교수와 학생의 자치, 민주관리‘라는 구절은 ’중국 공산당 푸단대학위원회 영도 하의 학장 책임제‘로 바뀌었으며 제9조에는 ’시진핑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교직원과 학생의 두뇌를 무장한다‘라는 구절이 삽입됐다. 사상과 학문의 자유, 학생 자치를 배제하고 당의 노선과 시진핑 사상을 철저하게 따르겠다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다. 푸단대학과 함께 난징대학, 산시대학 등도 교육부 지시로 비슷한 내용으로 학칙을 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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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학내 분위기로 평판이 높던 푸단대 학생들은 학칙 개정에 반발했다. 전날 푸단대 학생 수십 명은 교내 한 카페테리아에 모여 학문의 독립과 사상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푸단대 교가를 부르며 헌장 개정에 항의했다. 학교 경비원과 교직원 등이 몰려온 탓에 20여분 만에 끝났지만 집단행동을 엄격히 통제하는 중국에서 항의 자체만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이들의 항의 시위를 찍은 영상이 퍼져나가자 당국은 온라인에서 이를 차단했다.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마저 푸단대 학칙 개정 비판에 가세했다. 후 편집장은 이번 학칙 개정을 ’몰이해‘라고 비판하면서 “무제한의 ’정치적 교화‘를 추구하는 것은 대중의 분노를 낳고,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며, 사회적 신뢰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자유‘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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