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시그널]코넥스, 기업·투자자 모두 외면…하루 거래액 48억→24억

"비상장일때가 자금조달 더 쉬워"

실익 없다고 판단한 벤처 발길 뚝

신규 상장 작년 21곳서 올 14곳

금융당국 코넥스 특례 발표했지만

거래량 적어 시세조종 위험 노출

VC마저 코스닥 직상장으로 유도

2315A02 코넥스주요현황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도입된 코넥스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제때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기 어려운데다 거래가 워낙 드물어서 시세조종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기업과 투자자마저 외면하면서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1월 말 누적 기준) 코넥스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웬만한 코스닥 기업 한 곳의 하루 거래대금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48억원)보다는 반 토막이 났다. 시장 활성화와 성장의 가늠자인 종목 수는 153개에서 151개로 줄었고 시가총액은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종목 수는 5% 늘었고 시가총액은 0.57% 줄었다. 증시 침체만이 코넥스 시장 축소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 셈이다.

코넥스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3년 7월 개설한 주식시장이다. 그러나 제 역할을 못하면서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금융당국은 코넥스 시장에 유가증권·코스닥 시장과 동일한 신주가격 규제를 적용했다. 특정 기간의 주가를 산술 평균해 신주의 발행가액을 결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주가가 기업의 본질 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거래 자체가 드물고 시가총액이 수십억원에 불과한 종목도 많아 단 몇 주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코넥스에 기록된 주가를 기준으로 증자에 나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5년 코넥스에 상장한 법인 49개사 중 39%에 달하는 19개사가, 2016년 상장한 법인 50개사 중 18개사(36%)가 지난해 말까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비상장기업일 때 투자를 하거나 유치하는 것을 선호하는 기업과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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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달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코넥스 시장만을 위한 특례를 신설했다. 일반 공모는 수요예측을, 제3자 배정은 주주총회를 거치면 신주 발행가액을 주가와 상관없이 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규정 역시 증권사와 거래, 특별 결의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의 거래만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거래가격을 신뢰하기 어렵고 몇 억원으로도 주가를 움직일 수 있어 시세조종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관리 또한 중소기업에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넥스 법인은 상장 기간 기업 실사, 규정 준수 자문과 공시·신고 대리 등 역할을 하는 지정자문인(증권사)을 선임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이들에게 일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관리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만 3곳이 ‘지정자문인 선임계약 해지 후 30일 이내 미체결’ 사유로 상장폐지됐다. 상장에 따른 실익이 없자 코넥스를 향하는 기업들도 줄고 있다. 올해 코넥스에 상장한 회사는 14곳으로 지난해(21곳)보다 33% 감소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작은 규모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9개·50개 기업이 상장했다.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기업이 외면하고 규모는 더욱 축소되며 또다시 시장이 왜곡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털(VC)조차 투자한 기업이 코넥스에 상장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기술특례와 같은 제도 확대로 코스닥 문턱이 낮아지면서 유인이 더 줄었다. 금융당국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의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식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상이 매출액 100억원, 당기순익 2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인데 이 같은 우량기업이라면 코스닥 직상장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코넥스로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할 경우에도 직상장과 유사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코넥스에 있다 몇 년 뒤 코스닥으로 가면 ‘신선함’이 떨어져 시장에서의 매력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설령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아도 이젠 코넥스의 활성화가 쉽지는 않다는 게 업계에 퍼져 있는 비관론이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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