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넌 靑-檢, 누구든 치명상 입는다

[대예측 격동의 2020]

<3>정치 분야-최고조 치닫는 靑·檢갈등

감찰무마·하명수사 의혹 등 놓고 이례적 반박·재반박

사실 땐 靑 레임덕·수사 빈손 땐 檢개혁 명분 커질 것

공수처·검경수사권조정도 신경전...대립 격화 불가피

조국(오른쪽)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에 앞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조국(오른쪽)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월25일 청와대에서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에 앞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발표는 최종 수사 결과가 아닙니다. 언론보도 중 사실이 아닌 것이 있습니다.”(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15일 오전 서면브리핑)

“(청와대가) 사건 당사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발표한 것에 불과합니다.”(검찰 관계자, 15일 오후 출입기자단 문자 알림)


“검찰이 의혹 보도가 맞다는 입장을 밝히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윤 수석, 16일 서면브리핑)

청와대와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을 두고 이틀 사이 비판과 반박, 재반박을 이어가며 주고받은 말들이다. 청·검이 서로에 대한 비난과 맞공을 일삼는, 역대 정부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문을 기점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청와대와 검찰이 현 정권의 핵심인사에 대한 수사 등을 놓고 최근 다시 첨예한 대립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조만간 국회 통과를 앞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두고도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 ‘청·검 갈등’은 어느 때보다 악화되며 2020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와 검찰 중 어느 한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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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검찰은 법조계 안팎에서 역대 검찰 중 가장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어느 때보다 청와대를 포함한 핵심실세에 대한 수사와 압수수색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이 같은 검찰의 칼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검찰개혁의 최고 적임자로 뽑힌 조 전 장관을 수사하고 최근에는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나서며 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항명에 가깝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압박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양측이 갈등하는 모습은 결국 청와대에 더 큰 부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문제는 현 정부의 핵심실세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만큼 청와대와 검찰은 수사 결과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당장 청와대는 임기의 후반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하명수사나 감찰 무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도덕적 치명상은 물론 레임덕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등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검찰 역시 타당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비롯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다. 검찰개혁 명분이 더욱 커지면서 유일하게 갖고 있던 기소권과 수사권 등 많은 권한을 내려놓고 제도적 견제장치에 휩싸여 향후 지금 같은 검찰권을 행사하는 데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부사정을 잘 아는 법조계의 한 인사는 “청와대가 검찰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다. 양측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양상으로 맞서는 것 같다”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검 갈등의 확산으로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검찰개혁도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공수처 신설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공수처가 결국 검찰을 겨눌 청와대의 또 다른 칼날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청와대가 검찰의 강한 반대에도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도 청·검 갈등의 또 다른 변수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곧바로 인사권을 통해 조국 수사팀에 대한 보복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검찰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와대와 검찰이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맞춰 유리하게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자칫 개악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양측이 인사권과 수사권으로 맞서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면 현 정부로서는 임기 후반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지속되면 내년부터는 국정운영 부담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검찰이 한발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청와대의 검찰 장악도 아니고 유일한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독선도 아니라 검찰개혁의 본질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좌지우지하며 줄을 세우려는 모습이나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통해 청와대를 포함한 국회·경찰 등을 견제하려는 구태의연한 행보를 모두 단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검찰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며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내려놓는 것부터 개혁이 이뤄져야 하고 공수처 신설도 현재의 검찰조직처럼 정권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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