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4+1 합의 선거법, 민주+정의당 '승리' 자축...비례한국 등장땐 '헛물'될수도

민주당 129석에서 133석

정의당 비례만 10석 예상

비례한국당 탄생할 땐

지지율 20%만 가져가도

연동형 18석 싹쓸이 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참여한 ‘4+1 협의체’가 롤러코스터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한 선거법 개정안은 탄생하자마자 번개같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자유한국당은 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에 즉각 돌입하며 주말 간 소강상태를 보였던 국회의 대치 국면이 다시 달아올랐다. 선거법이 넘어가도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 경우 개정된 선거법의 취지는 사라지고 모든 정당이 비례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난립하는 ‘누더기 선거’가 될 우려도 나온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3일 국회 본회의가 개의된 지 두 시간도 안 된 오후9시40분께 반대를 외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선거법 개정안을 직권으로 상정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이 8개월 만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최종안이 표결에 오른 것이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상정된 선거법에 바로 “정의당이 어떻게 해서든 의석수 좀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어 왔다”는 일성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선거법은 이날 오후4시께 극적으로 합의안이 발표된 뒤 5시간여 만에 의결에 올랐다. 민주당이 반대하던 석패율제도 도입과 관련해 3+1 협의체가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곧장 민주당에서는 “속이 시원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본회의에 오른 선거법은 군소정당이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받아들이는 대신 다른 조건은 민주당에 맞췄다. 국회의원 정수 300석에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비례대표 47석은 중 30석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총수를 정해놓고 지역구 의석을 빼고 남은 50%를 가져간다. 나머지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모든 정당이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이 적용된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오전 3+1 협의체가 선거법 합의안을 들고 오자마자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고 호평했다. 이는 새 선거법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는 관측이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지지율은 민주당(39.9%), 한국당(30.9%), 정의당(6.6%), 바른미래당(4.8%), 민주평화당(1.4%) 순이다. 13.3%에 달하는 무당층의 표가 비율대로 이들 정당에 합산된다고 가정하면 민주당은 지지율이 45.2%, 한국당 35%, 정의당 7.5%, 바른미래당 5.4%, 민주평화당은 1.6%가 예상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30석은 의원정수 300석에 정당지지율을 곱한 의석이 상한선이다. 이를 넘으면 연동형 비례의석은 못 얻는다. 민주당은 현행 지역구 116석에 병립형 비례(17석) 중 약 8석, 연동형은 9석가량 가져간다. 현재 비례대표 13석보다 4석 이상 더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 정의당(지역구 2석)은 최대 수혜자다. 연동형 비례의석만 10석을 차지해 현재(6석)의 두 배인 12석이 예상된다. 치명타는 바른미래당이 받는다. 바른미래당은 지지율이 5% 미만이다. 지역구(15석)를 빼면 비례의석을 한 석도 못 얻을 위험이 있다. 민주평화당은 다른 방법으로 이익을 지켰다. 민주평화당은 지역구가 13석, 비례대표가 0인데 지지율이 3% 미만이라 어차피 비례의석을 받을 수 없다. 대신 선거법 합의에서 지역구 의석이 현재 253석을 유지했다.



한국당은 상정된 선거법대로라면 족쇄가 채워진다. 무당층을 흡수한 합산 지지율이 35%라고 가정하면 의원정수 대비 연동형 비례제도에 적용되는 의석수는 105석이 된다. 현재 기준 지역구 91석을 제외하면 14석, 이에 50%인 7석을 가져가게 된다. 병립형(17석) 비례의석 중에 35%를 가져도 6석이다. 지역구 91석, 비례 14석으로 비례의석이 3석 줄어드는 셈이다.

선거법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도 통과를 막지 못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적용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는 바로 표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4+1 협의체는 25일을 회기 종료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부터 새 임시국회에 대한 소집 요구서도 제출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25일까지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뒤 26일 4+1의 공조하에 표결하면 통과가 거의 확실해진다.

문제는 이렇게 탄생한 선거법이 4+1 협의체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다. 한국당이 지역구가 없는 위성정당 ‘비례한국당’을 만드는 경우다. 비례한국당은 의원정수에서 정당지지율을 곱한 기준의석수에서 지역구를 뺄 필요가 없다. 지지율 20%만 가져가도 300석의 20%인 60석, 다시 50%인 30석을 가져가는 계산이 나온다. 무엇보다 각 정당의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수를 합해 30석이 넘어가면 비율을 조정해 30석 내에서 분배된다. 이때 다른 정당들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당이 비례의석을 싹쓸이한다. 지지율 20%만 나오면 비례한국당 30석, 민주당은 9석, 정의당은 10석 수준이 된다. 이 비율대로 나누면 30석 가운데 61%인 18석을 비례한국당이 차지하게 된다. 정의당은 6석, 민주당은 5~6석으로 줄어들어 선거법을 개정한 의미가 사라진다. 이 때문에 비례한국당이 나오면 민주당도 결국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으면 대응할 수가 없다.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선거법 개정에 대한 의미는 희석되고 ‘의석 나눠 먹기’를 위한 누더기 선거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필리버스터에 들어간 주호영 의원은 “선거법은 지금까지 여야가 거의 합의해서 처리했는데 내년 선거에서 만약 한국당이 과반이 돼서 선거법을 바꾸면 여러분이 그대로 승복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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