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은 어려운 상황에서 15개월 만에 성사된 만큼 엄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옅은 미소를 띠기는 했지만 양국 간 갈등을 의식한 듯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이번 회담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장에 들어서며 앞서 도착해 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아베 총리에 악수를 건넸다.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악수를 나눈 양국 정상은 사진촬영을 하고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일 양국 정상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1분여간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솔직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고 발언 중간중간 문 대통령을 응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덕담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잠시 불편함이 있어도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아베 총리는 눈을 지그시 감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아베 총리의 세배에 달하는 3분여간 진행됐다. 한편 이날 회담 중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취재진이 퇴장하는 상황이 연출되며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15분 넘긴 45분간 이어졌다.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정상회담 직전에 외교장관회담이 별도로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의제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외교장관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15개월 만에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모테기 외무상이 징용 소송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강 장관이 강하게 반론을 제기해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청두=윤홍우기자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