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로터리]보험설계사는 전문 금융인이다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




생명보험의 기원은 고대 로마의 콜레기아(Collegia)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레기아는 동일한 신을 모시는 하층민들이 자신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종교의식을 치르기 위해 조직됐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이 조직에서 장례는 중요한 행사였으며, 조합원(College)이 사망했을 때는 매월 갹출한 기금에서 이를 위한 비용을 냈다. 이와 같은 콜레기아의 모습은 우리나라 전통 풍습인 두레·계와 맥락을 같이한다.

계는 조합 또는 종친회·사설금융기관의 성격을 띤다. 특히 혼인과 장례 등 일시적으로 많은 돈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공제·구제를 위한 계가 존재했고, 이 모습이 오늘날 생명보험과 가장 유사한 형태다.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여럿이 힘을 모아 피해를 당한 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시작된 보험은 전국 보험설계사 종사자가 40만명이 넘는 공익적 금융제도로 성장했다.


1962년 말 312억원이었던 생명보험의 보유 계약은 2018년 말 2,400조원을 웃돌며 경제성장과 더불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성장 배경에는 단연 보험설계사의 노력과 성실함이 있었다.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자로서 자격시험과 교육연수 등 일정 조건 충족 시 보험 판매 자격이 부여된다. 다양한 고객 니즈에 맞춰 복잡해진 상품구조, 핀테크 기술과 연계한 금융 서비스의 변화는 이들에게 더 넓고 깊은 전문지식의 함양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보험설계사는 금융 전문가가 아닌 단순 상품 판매 조력자로서의 인식이 크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보험 트렌드에 발맞춰 보험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걸맞게, 우리 사회도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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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농협은행 동두천지점에서 업무를 보던 시기에 당시 보험 업무를 담당하던 보험설계사를 유심히 지켜본 경험이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보험 상품을 공부하고, 고객의 상황별로 최적화된 보장을 추천하기 위해 노력하던 분이었다. 보험 판매에 급급하기보다, 고객과 오랜 시간 관계를 형성하고, 고객 상황에 맞게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보험을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보험 파는 아줌마라는 편견을 쉽게 깨뜨릴 수 없었고, 차가운 눈빛과 언어에 상처받는 경우가 다수였다.

보험은 무형의 상품으로 당장 효용성을 확인할 수 없어, 판매와 소비가 유형의 상품에 비해 어렵다. 유독 보험설계사를 대할 때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보험의 중요성을 수없이 경험해온 보험설계사는 거절을 예상하면서도 고객을 찾아간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보험의 따뜻함을 전하는 그들의 노력에 걸맞은 존중과 배려를 보여줄 때다. 경자년 새해에는 보험설계사가 환영받는 금융인으로 인정받기를 기대해본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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