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무책임한 전 정부탓

탐사기획팀 김상용차장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세 사람만 모이면 화제는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옮아간다. 대박을 친 친구의 사례나 자신의 부동산 투자 실패 경험 등이 2019년 송년 모임의 최고 히트 안주다. 18차례의 부동산대책, 끊임없이 이어지는 다주택자에 대한 으름장, 그래도 오르는 아파트 가격 문제다. 또 현 정부의 무능한 부동산정책을 탓하며 술자리는 끝난다.


국민들의 상황 인식이 이런데도 현 정부 관료나 지방정부 수장들의 반응은 너무나 다르다. 부동산정책을 수립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파트 가격 급등을 전(前)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김 장관은 연일 이어지는 부동산대책 발표 때마다 항상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하지만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부동산시장을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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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8월에는 “참여정부 때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시장이 안정됐다”며 “그러나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부동산 규제를 모두 풀었는데 규제 완화가 없었다면 부동산시장은 안정됐을 것”이라고 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총리였던 시절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시발점”이라고 날을 세웠다. 부동산 가격이 정치문제로 떠오르자 이슈에 끼어들어 중앙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 제스처인 점을 고려해도 어설프다. 기자도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를 단행하면서 현재 집값 상승의 일정 부분에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팩트체크’를 해보자. 시기는 2014년 12월17일 오전11시30분. 기자는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는 당내 부동산 태스크포스(TF) 간사인 정성호 의원을 만났다. 정 의원은 기자에게 “정부 여당이 요구한 부동산 3법과 우리 당이 요구한 주거복지기본법 제정, 임대주택 추가 건설 등을 함께 묶어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기춘 국토위 위원장(야당 소속)도 “정 의원이 의총장에서 강하게 (합의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확인해줬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당시 새누리당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와 분양가상한제의 공공택지 적용, 재건축조합원 분양주택 수 제한 해제 등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합의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합의가 중요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이른바 주고받는 빅딜을 통해 부동산 3법 개정에 합의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의회 권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전 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관련 법안 개정에 합의해준 새정치연합의 책임은 없는가. /kimi@sedaily.com

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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