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헌재 각하결정에 파국은 면해...한일 관계복원 모멘텀 살려야

■‘한일 위안부 합의’ 각하

日전범기업 자산매각 '최대 위기'

정부, 강제징용 등 해결안 만들어

對日 협상·피해자 설득 병행 필요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헌법소원 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헌법소원 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27일 결정하면서 한일 관계는 일단 추가 파국은 피하게 됐다.

최근 한일 정상이 갈등을 대화로 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양국은 관계복원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을 경우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한일갈등 문제에 위안부 문제까지 더해져 갈등 해결이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현재 한일갈등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강제징용 재판 같은 경우 사실상 양측이 위안부 문제는 별개로 한다는 암묵적인 전제 속에 진행 중이었다”며 “만약 헌재가 위헌 결정을 했다면 이런 기본 전제가 성립되지 않게 되기 때문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등 한일관계를 전면적으로 다시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책임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일본은 헌재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을 경우 추가 보복조치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이날 위안부 합의의 위헌 여부에 대한 한국 헌법재판소 선고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른 나라 소송 동향에 관한 언급은 피하겠다”고 전제한 뒤 “다만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선고 관련 뉴스를 시청한 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27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부산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선고 관련 뉴스를 시청한 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는 27일 헌재의 판결에 대해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해당 합의는 정치적 합의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헌재의 각하 결정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전문가들은 한일갈등 해결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다며 양국이 관계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내년 초로 예상되는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단의 일제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가 집행되면 일본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일본이 추가 보복조치에 나서게 되면 한국 정부도 조건부 연장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일갈등 해결은 요원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국내 강제징용 피해 원고단의 현금화 절차가 시작되고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이 매각되면 한일관계는 훨씬 풀기 어려워진다”며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양측이 2~3개월 내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세기성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측과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징용 피해자 기금 조성과 관련해 정부가 우리의 안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을 토대로 징용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부의 뚜렷한 안이 없어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이 지연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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