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쪼개기 국회'에 '전원위 소집' 맞불…꼼수 난무한 국회

[선거법 개정 진통]

여야 패스트트랙 극한 대립

협상·합의 실종…몸싸움도

文의장은 본회의 개의 강행

'4+1 중심' 국면 뒤집기 어려워

통과땐 거대 '진보·호남' 연합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위해 의장석으로 향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2815A04 선거법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모인 ‘4+1 협의체’와 자유한국당은 각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인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을 막기 위해 국회법을 총동원했다. 국회법상 명문화된 문장을 서로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법안 통과와 저지에 나섰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국회가 협상과 합의는 실종됐고 법안 통과 과정에서도 각종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4+1 공조를 통해 지난 23일 국회 임시회의를 열고 선거법을 기습 상정했다. 민주당은 23일 본회의 개의와 함께 다음 임시회의를 26일 열겠다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국회법상 임시회의는 개의 3일 전에 공고해야 한다는 문구에 따라 본회의 와중에 다음 회기까지 정해놓은 셈이다. 23일 본회의에는 한국당이 선거법 표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하지만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도 함께 끝난다. 또 회기가 변경되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법안은 바로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 이 대표는 4+1이 이른바 ‘회기 쪼개기’로 한국당을 무력화하고 이날 본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에 이날 국회 ‘전원위원회’ 소집 요구로 대응했다. 국회법 63조 2항이 근거인 전원위원회는 의원 전원이 법안을 심사하는 자리다. 전원위원회는 2004년 12월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견 연장 동의안’이 마지막이다. 전원위원회는 재적의원 4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개회할 수 있다. 정부조직에 관한 법률안,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률안 등으로 개회가 제한돼 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으로 간주해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전원위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상 법안을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선거법에 대해서 전원위를 하겠다고 했다가 이후 공수처 법으로 대상을 번복했다. 전원위는 상정된 법안이 토론하기 전에 소집할 수 있다. 선거법은 이미 상정돼 필리버스터까지 진행됐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이 아닌 공수처법 전원위 소집을 검토하고 있다”고 다시 밝혔다. 문 의장은 한국당의 요구에도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었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법안 저지를 위해 인간 띠를 만들어 저항했다.



문제는 쪼개기 임시회의와 임시국회 안건 조정, 필리버스터, 전원위원회 등 국회법을 총망라한 정쟁에도 현재 굳어진 4+1 협의체 중심의 패스트트랙 국면은 뒤엎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4+1 협의체는 의석수만 민주당 129석, 바른미래당 당권파 13석, 정의당 6석, 민주평화당 4석, 대안신당 9석까지 161석이다. 호남에 뿌리를 둔 무소속 의원 2명과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손혜원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을 포함하면 165석에 이른다. 재적 국회의원 295명의 절반(148석)을 훌쩍 넘는다. 108석의 한국당은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안을 막을 수 없다. 필리버스터로 법안 통과를 지연하는 게 최선이다.

4+1 협의체는 새 임시국회의 제1 안건으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올려놓았다. 내년 4월 총선의 규칙은 4+1이 정한 대로 정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53석·47석으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30석은 의원정수 300석에서 정당득표율을 곱해 지역구 의석을 뺀 50%를 가져가는 룰이다.

선거법은 여당인 민주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한 채 호남 지역 의원들로 구성된 민평당과 대안신당, 진보진영에서도 좌파로 분류되는 정의당을 끌어안고 만들었다. 이 때문에 철저하게 진보진영과 호남 지역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담겼다. 의석수 대비 지지율이 높은 정의당은 준(50%)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의석수 확대, 민평당+대안신당은 현행 지역구 253석을 유지했다. 더욱이 호남과 진보세력이 주축인 민주당도 선거법 개정으로 더 거대한 여당이 될 기반이 마련됐다.

최근 지지율(리얼미터 4주차)로 당장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은 최대 지지율이 47.3%(기타·무당층 흡수 가정)까지 치솟는다.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22석을 쓸어가 현재 지역구(116석)만 유지해도 138석의 거대 정당이 된다. 정의당(6석)은 비례대표만 10석이 돼 12석을 차지한다. 바른미래당 당권파(13석) 중 지역구를 가진 6석과 대안신당 지역구 9석, 민주평화당 4석이 모두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의원정수 과반(150석)이어서 169석 이상인 거대 ‘호남·진보’ 세력이 등장한다.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어도 최대 120석 수준에 그치게 된다. 보수통합을 이뤄도 130석 이상 규모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4+1 협의체 관계자는 “진보 장기집권 플랜이 가능한 의석수”라며 “총선 이후 대선, 더 나아가 개헌을 위해 연정 논의도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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