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전략·영업·미디어 두루 섭렵 ‘준비된 CEO’

[KT 차기 CEO 구현모]

급변하는 통신환경 민첩대응

KT 비전·전략도 돋보여

5G 수익모델 발굴 우선 과제

'黃 회장 리스크'는 부담으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지난 1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KT 혁신 서비스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지난 11월4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에서 KT 혁신 서비스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자산 33조원에 43개 계열사, 6만여명에 달하는 거대조직 KT(030200)를 이끌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27일 내정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은 지난 4월 KT의 차기 CEO 선임 절차가 시작됐을 때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는 KT에서 전략 담당부터 영업과 유통망 담당 임원을 거친 뒤 지난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과 동시에 비서실에 발탁돼 CEO 예비수업의 기회를 얻었다. 이후 경영지원총괄을 맡아 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해 11월부터는 KT의 핵심사업인 개인고객 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총괄 지휘했다. 이 같은 경력은 다른 8명의 경쟁후보와 견줘 적어도 KT에 대해 그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급변하는 통신·미디어환경도 구 사장이 이사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 데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지난해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수익모델 발굴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들과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5G 도입 초반부터 벌어진 가입자 유치경쟁과 과도한 투자(CAPEX)로 재무적 여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비통신 부문 중심의 신사업 성과도 필요하다. 가입자 800만명대의 ‘올레tv’를 기반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등 경쟁사들의 몸집 불리기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밖에 케이뱅크 정상화와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DNA 전환 같은 만만찮은 도전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재와 미래의 KT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구 사장의 경쟁력이 돋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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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구 사장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법적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황 회장이 2014년 경영고문 위촉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며 그 여파가 구 사장에게까지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회장으로서 운신의 폭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날 KT 이사회가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구 사장의 또 다른 도전과제는 황 회장이다. 황 회장의 복심으로서 전임 회장의 색채가 강한 만큼 ‘후계자’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 구현모만의 경영을 보여주기 위한 변신이 필요한 대목이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 사장은 명석한 두뇌와 합리적인 판단능력을 가졌다”며 “안정적으로 KT의 변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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