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대 실적에도 기득권 내려놓은 도요타 노조

일본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내년 봄 임금협상에서 조합원의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인상하지 않고 개인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하기로 했다. 연공서열 중심의 철밥통 임금구조를 노조가 먼저 깨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기득권 포기 선언이다. 도요타 노조의 결단은 올 상반기 회사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파격적이다. 지금은 잘나가도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차 등으로 전환되는 등 급격한 변화 속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노조가 공유한 것이다. 게이단렌은 이번 결정을 일본 기업의 전통적 임금체계를 바꿀 계기로 보고 회원사에 연공형 임금구조 개선을 노사 교섭 목표로 제시하고 나섰다.


우리 노조는 이와 딴판이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작업 중 와이파이를 차단하겠다고 하자 특근을 거부하는 황당함을 연출했고 르노삼성 노조는 참여율이 30%에 불과한 생떼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1%대로 도요타의 6분의1도 되지 않는 등 우리 차 산업이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인데 강경투쟁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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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기업마저 노조에 영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장 수출입은행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평판 조회를 거쳐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은행권 강성 노조들이 요구해온 노동이사제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뻔히 알면서 기어이 현실화할 태세다. 이러니 민주노총이 조직원 수에서 제1노총이 됐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새 판을 짜자”고 대놓고 선언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의 노동손실일수가 일본의 172배이고 노동시장의 국가경쟁력이 51위에 그치는데도 노조는 밥그릇 싸움만 벌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매년 노동생산성 향상을 한국의 최대 과제라고 얘기해왔다. 그런데도 노동 유연성은 뒷걸음질치고 노동개혁은 말만 번지르르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일본은 한국에 빼앗긴 제조업 강국 자리를 되찾겠다며 발버둥 치는데 우리는 브레이크 없는 노조의 행보가 계속되니 이래서야 나라 경제가 지속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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