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에도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다.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가 ‘12·16 대책’의 대출 규제권에 들어간 셈이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고가주택 밀집지역과 그 외 지역의 아파트값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년간 8.16% 오른 가운데 강동구 초소형(60㎡ 이하) 아파트값이 23.30% 오를 때 강서구의 같은 평형은 3.4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강남권 아파트 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보고 이곳에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집중된 게 올해 강남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여전히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부를 중심으로 일자리 및 생활 기반 시설이 몰려 있어 아파트 양극화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가 아파트 더 올랐다…양극화 심화=30일 본지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올 한 해(2018년 12월~2019년 12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을 서울 자치구별·면적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우선 올해 12월 말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9억3,319만원으로 지난해 말 8억6,282만원에서 8.16%가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2017년(7억9만원) 대비 33.29% 급등했다. 이 가운데 자치구별 집값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지난해 최저 16.31%에서 최대 31.38%로 비교적 고루 상승한 반면 올해는 최대 상승한 강동구가 14.75%, 최저인 강북구는 2.51% 올라 상승 폭이 6배 가까이 벌어졌다.
면적별로 보면 양극화는 더 심하다. 전용 60㎡ 이하, 60~85㎡ 이하, 85㎡ 초과 등 세 단계로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강동구 초소형(60㎡ 이하) 아파트값은 1년간 23.30% 올라 가장 오름폭이 컸다. 아울러 중소형(60~85㎡ 이하)은 16.13% 올랐고, 대형(85㎡ 이상)은 11.54%를 기록했다. 실제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전용 50.84㎡는 올 3월 11억5,000만원에서 지난 11월 15억1,000만원까지 올라 실거래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늘었고, 강동구는 재건축에 더해 신규 입주도 많아 상승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초소형(60㎡ 이하) 아파트에서는 강동구에 이어 서초구(11.16%), 마포구(10.80%), 광진구(10.63%), 송파구(10.5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중소형(60~85㎡ 이하)에서는 광진구 13.26%, 강남구 13.07%, 송파구 13.07%, 양천구 10.89%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강북구 대형(85㎡ 이상) 아파트는 가장 낮은 1.68%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구 외에도 서울 외곽 지역의 대형 평수는 상승률이 극히 저조했다. 관악구는 2.41%, 은평구 3.16%, 강서구 3.18% 등을 기록했다. 즉 평형별로 보면 서울 외곽 전용 85㎡ 초과의 경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 강남, 서초 제치고 평균 아파트값 1위 탈환=평균 매매가격으로 보면 강남구가 서초구를 제치고 1년 만에 다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자치구가 됐다. 강남구는 지난해 17억3,536만원에서 11.14%가 올라 19억2,862만원을 기록해 2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7억6,606만원으로 강남구에 앞섰던 서초구 아파트값은 18억8,931만원을 기록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가 10월 3.3㎡당 1억원을 돌파했지만 강남구는 개포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는 물론 신축 단지가 들어서면서 평균 아파트값이 상향됐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올 초 17억원대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26억2,000만원까지 거래되며 10억원가량 급등했다. 분양을 앞둔 개포주공4단지 전용 36㎡도 지난해 말 14억1,000만원에서 올 11월에는 25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한편 고가 아파트 대출 거래를 제한하는 12·16 대책에도 내년 서울 집값의 양극화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 진입자들은 버티기에 나서고, 추가 주택 구입에 세 부담이 커 9억원 이하 주택으로의 풍선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일단 급감하겠지만 강남 집값을 얼마나 끌어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