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일 전부터 몰래 숨어서…'얼굴 없는 천사' 성금 도난 사건의 재구성

/연합뉴스/연합뉴스



20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간 성금을 훔쳐 달아났던 30대 피의자들은 범행 2~3일 전부터 현장 인근에 잠복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31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30일 오후 2시40분쯤 A씨(35)와 B씨(34)가 특수절도 혐의로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체포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00여만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오전 10시3분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주민센터로 전화를 걸어 “센터 인근에 성금이 담긴 종이박스를 놔뒀으니 확인해달라”고 전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곧바로 센터 주변을 샅샅이 살폈지만 성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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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뒤 이 남성에게 전화가 두 차례 더 걸려와 다시 주변을 찾아봤지만 성금은 발견되지 않았고 주민센터 직원은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지난 26일부터 주민센터 주변에 세워져 있던 SUV 차량 1대를 수상하다고 판단하고 추적에 나섰다. 이후 충남경찰청과 공조해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기부금 6,000만원도 회수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회에서 알게 된 사이로 컴퓨터 수리점을 열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가 방문할 것을 예상하고 수일 전부터 범행 현장 인근에 잠복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시기에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피의자가 컴퓨터 수리점을 한 곳 더 열기 위해 다른 피의자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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