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면서 2020년도 국내 부동산 투자 전망도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규제’로 불리는 12·16 부동산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의지가 강하다 보니 대부분 전문가들은 새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의 경우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로또 청약’이 쏟아지면서 유망한 투자처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시세보다 싼 새 아파트가 잇따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만2,000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과 6,600가구 규모의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등 청약시장의 흥행을 이끌 유망 단지들이 새해 대거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단 청약 경쟁률은 더 치열해지면서 당첨 가점도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30대의 경우 이 같은 로또 당첨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단 12·16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로또 청약 시 자금계획 마련은 필수다.
◇‘청약 로또’ 이어진다…개포·둔촌 등 관심 쏠려=2019년에도 로또 아파트는 계속 쏟아졌다. 11월 분양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르엘대치’가 평균 212대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로또 청약’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무주택 현금부자들이 청약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줍줍(무순위 청약을 주워담는다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분양가 통제는 2020년에 강도가 더 세진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새해 전국에서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민영 아파트는 총 32만5,000여가구다. 전체 예정물량 중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비율은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인 47%(15만1,840가구)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특히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분양시장을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곳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인 강동구 둔촌주공이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4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아 1만2,032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10월 분양 예정인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6,642가구)도 눈여겨봐야 할 1순위 단지 중 하나다. 이 단지는 상한제 적용을 받는다. 연이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강남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개포동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사업지다.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2,971가구) 또한 조합이 ‘통매각’을 포기하고 일반분양으로 선회하면서 ‘로또 청약’ 예정 단지로 이름을 올렸다.
지방에서는 부산 남천동 부산삼익타워 재건축(913가구) 공급이 연초에 진행된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큰 폭의 주택가격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부산의 2020년 첫 공급이어서 청약 성적이 주목된다. 이밖에 울산 복산동 중구B-05구역 재개발(2,625가구), 광주 유동구역 재개발(2,240가구) 등도 상반기 중 공급을 앞두고 있다.
◇신혼부부라면 ‘신혼희망타운’ 기회로=높아진 청약 문턱을 넘기 어렵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젊은 신혼부부라면 신혼희망타운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변 시세에 비해 크게 저렴한 탓에 입지가 좋은 지역은 일반 청약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2월 청약접수를 받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은 평균 경쟁률 61대1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당첨 시 2억~3억원의 차익이 예상된 탓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최고의 투자처인 셈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 1·4분기 양주 회천(696가구)을 시작으로 총 1만5,100가구의 신혼희망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 고덕 강일(3,538가구) 등 수도권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 고덕 강일과 과천지식정보타운(545가구) 등에서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화성 동탄에서는 2019년에 이어 새해 1,554가구가 추가로 분양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의 관점에서 신혼희망타운을 볼 때는 입지를 특히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별로 경쟁률 편차가 심한 만큼 맞춤형 전략을 세워 도전하는 것이 좋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입지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며 “전매제한 기간이 긴 편인 만큼 이에 대한 고려도 미리 해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