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새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경쟁 기업 간의 시가총액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대표적인 경쟁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과 애플은 물론, 현대차와 도요타 등의 시가총액 상승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8년 말 2,067억달러에서 37.6%(778억달러) 증가한 2,845억달러(27일 기준)를 기록했다. 반면 애플은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7,414억달러에서 73.7%(5,467억달러) 늘어난 1조2,881억달러로 급증했다. 연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산타 랠리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지만, 12월 들어 1주에만 세 번 이상 신고가를 갈아치운 애플의 가파른 성장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연초 3.6배였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시가총액 차이는 4.5배로 늘었다.
글로벌 주요 기업 대부분의 시가총액은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시가총액은 삼성과 네이버 등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억달러 감소한 현대차(225억달러)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406억달러 증가한 도요타(2,301억달러)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SK이노베이션(123억달러) 역시 올해 시가총액이 26억달러 줄면서 경쟁업체인 엑손모빌(2,967억달러)과 24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외에도 글로벌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2,038억달러 증가하는 동안 국내 유통업체 이마트는 시가총액이 오히려 16억달러 감소했고,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 역시 시가총액이 1,029억달러 늘었지만, 국내 기업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오히려 4억달러 감소하는 등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국내 기업들의 시가총액 감소가 눈에 띄었다.
올해 기업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50% 이상 오른 네이버(256억달러)가 유일하게 시가총액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비슷한 업종인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7,243억달러에서 올해 29.6% 증가한 9,389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세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추정치가 크게 하향 조정되면서 둔화되는 추세를 보였다”며 “다만 2020년 코스피 기대수익률은 15% 정도로 글로벌 주요 증시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년 기업들의 시가 총액 역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