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을 피하면서 영장 기각 사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 부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내놓은 기각 사유엔 사실상 송 부시장 측이 주장한 논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송 부시장은 31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20분께까지 3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11시50분께 영장 기각 판정을 받았다. 심문을 진행한 명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무원 범죄로서의 주요 범죄 성격,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주요범죄 공모에 관한 소명 정도, 다른 주요 관련자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명 부장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는 이날 송 부시장 측이 주장한 구속 부당 논리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송 부시장 측 변호인은 심사를 마친 뒤 “선거 개입 의혹 공모자인 공무원들의 범죄 혐의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송 부시장의 범죄사실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첩보를 생산한 것은 당시 민간인 신분에서 지역에 널리 알려진 사실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명 부장판사가 기각 사유로 적시한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는 당시 송 부시장이 민간인 신분이었다는 점을 결국 받아들인 내용이라는 분석이다.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주요범죄 공모에 관한 소명 정도’ 역시 송 부시장 측 변호인이 강조한 공모자들의 혐의 입증 부족 논리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송 부시장은 지난 2017년 10월 비서실장 박기성씨 등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문모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제보 이후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선거 작업를 준비하면서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 전략·공약 등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송 부시장의 제보는 청와대에서 첩보로 만들어졌고 이를 백 전 비서관이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이후 첩보는 청와대 파견 경찰을 거쳐 경찰청으로 이첩됐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송 부시장을 불법 선거개입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청와대·경찰 관계자들과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는 청와대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전까지 울산 공공병원 건립 계획 등 송 시장의 공약 수립을 돕거나 경선 경쟁 후보 불출마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