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송병기(58)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구속을 피하면서 기각 결정을 내린 명재권(53)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전격 구속 결정과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씨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법관이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1시50분께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무원 범죄로서의 주요 범죄 성격, 사건 당시 피의자의 공무원 신분 보유 여부, 피의자와 해당 공무원의 주요범죄 공모에 관한 소명 정도, 다른 주요 관련자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명 부장판사는 법원 영장판사로는 매우 드문 ‘검찰 출신’ 법관이다. 충남 서천 출생인 그는 서울대부설고등학교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5년 37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선봉으로 꼽히는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는 연수원 동기 사이다. 1998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출발한 명 부장판사는 2009년 판사로 전직했다.
명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부임한 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하던 2018년 9월이었다. 본래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3명으로 운영하던 서울중앙지법은 문득 검찰 출신인 명 부장판사를 영장 재판부에 추가했다. 그때만 해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엘리트 코스 중 하나로 인식되던 시기라 정기인사 시즌이 아닌 시점에 검찰 출신을 추가로 앉힌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당시 내건 재판부 증설 사유는 ‘영장 판사들의 업무 부담 과중’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연루자에 대한 영장 기각이 잇따르자 여론 악화를 의식한 법원이 고육지책을 꺼낸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명 부장판사는 실제로 지난해 1월24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 사태 때 다시 한 번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9월11일 조 전 장관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이상훈 대표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의 최모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조리 기각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9일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의 첫 영장까지 기각했다. 당시 조씨의 공범 2명이 다른 영장 판사를 통해 이미 구속된 데다 조씨는 심문까지 포기했던 상황이라서 기각 판정에 대한 찬반 여론은 크게 들끓었다. 같은 달 14일 열린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는 명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부르라는 야당과 이를 저지하는 여당 간 공방이 감사 내내 이어지기도 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특정 판사가 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사안도 다른 판사가 볼 땐 충분히 기각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영장 재판 결과를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판사들을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