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규제·불경기’ 등 3대 리스크에 시달리는 은행권이 새해 들어 ‘줄이고 조이고 쥐어짜는’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조직개편도 양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따른 ‘고객 신뢰’ 회복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갈수록 침체 국면에 빠진 국내 경기 상황에 금리와 규제까지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은행마다 치열한 생존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내년도 매출과 당기순이익 성장 목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 1~5%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최근 3년간 7~8%대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대다수 은행이 성장 기대치를 크게 낮춘 것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저성장과 저금리 고착으로 인해 은행 수익성이 갈수록 후퇴할 것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응답을 보였다. 신규 고용에 있어서도 일부 은행은 0%를 제시했고 대부분 1~5%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은행 대출자산증가율은 5% 안팎으로 지난해 6.1%(상반기 기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2·16 부동산대책 등으로 가계대출 규제 강도가 높아진데다 경기 후퇴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구조 역시 저금리 기조가 고착되면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해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치인 지난 2016년(1.53%)보다 더 낮아져 1.45%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하면서 비이자수익도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비이자이익은 2017년 7조3,000억원에서 2018년 5조6,000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4분기 누적 5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자기자본이익률(ROE)까지 현재보다 약 1%포인트 하락해 7%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짠물 경영’에 이미 돌입했다.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뜻하는 ‘영업이익경비율(CIR)’을 보면 시중은행 대부분 글로벌 100대 은행 CIR 평균(54.1%)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1년 새 1.1%포인트 감소해 51.0%(지난해 3·4분기 기준)를, 신한은행도 0.07%포인트 내려 43.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폭 증가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49.5%, 51.5%를 보이며 글로벌 수준의 비용관리 능력을 나타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하락과 경기둔화, 대출 규제 만만치 않은 조건들로 경영 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줄이며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방어 전략 역시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민은행은 “예상 가능한 모든 리스크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세웠다. 그런 가운데 글로벌 부문 강화를 위해 지주사에 ‘글로벌부문’을 신설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소액대출은행을 인수하는 등 캄보디아 지역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은행들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5년 내 은행의 생존이 갈릴 것이라는 절실함도 엿보였다. 지난해 시작된 오픈뱅킹에 이어 금융에 도전장을 내민 네이버·카카오 등의 ‘테크 자이언트’에 맞서기 위해 디지털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새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 혁신 및 금융의 사회적 역할 선도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우리은행은 글로벌·CIB 등 미래성장분야 강화 및 디지털 혁신을 내걸었다. NH농협은행도 고객 친화적인 디지털 생태계 구축과 데이터 연계 고객가치 증진을 중점 추진과제로 삼았다. 다른 한편 DLF 사태에 따른 신뢰 구축에도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경영목표를 ‘신뢰·혁신·효율’로 정했고,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