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리셋된다면 좋겠다. 제야의 종을 치는 순간, 우리가 저질러온 실수와 실패와 오류까지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하지만 우리의 나이에는 우리의 좌절과 고통, 실패와 잘못이 그대로 누적돼 있다. 그것들을 고스란히 주머니에 넣은 채로 우리는 처음 닥친 나이를 살아내야 한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을 때, 슬픔과 아픔에 붙들려 있을 때, 이슬아 작가는 이런 위로의 문장을 썼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완전히 새로 태어나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자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힘겹게 터득한 모든 것을 다 까먹은 채, 항상 태아처럼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은 아닐 터다. 그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은 소중히 간직한 채, 지난 시절의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않으며 다시 태어나 새로워지고 싶은 것이다.
지난해 당신이 그토록 고단하고 힘겨웠던 것은, 올해 다시 태어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이슬아 작가의 빛나는 문장처럼, 당신이 견뎌낸 그 모든 슬픔과 고난이 올해 비로소 빛이 되고 출구가 돼주기를 바란다. 2020년의 당신이 이제 갓 태어나 더 잘 살아보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