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새해 빛과 출구를 찾는 당신에게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한 생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랑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맘이 아픈 것일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 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어느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지 찾자고. 그런 소망을 담아서 네 등을 오래 어루만졌어.’ (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2019년 헤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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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리셋된다면 좋겠다. 제야의 종을 치는 순간, 우리가 저질러온 실수와 실패와 오류까지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하지만 우리의 나이에는 우리의 좌절과 고통, 실패와 잘못이 그대로 누적돼 있다. 그것들을 고스란히 주머니에 넣은 채로 우리는 처음 닥친 나이를 살아내야 한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을 때, 슬픔과 아픔에 붙들려 있을 때, 이슬아 작가는 이런 위로의 문장을 썼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완전히 새로 태어나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자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힘겹게 터득한 모든 것을 다 까먹은 채, 항상 태아처럼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은 아닐 터다. 그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은 소중히 간직한 채, 지난 시절의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않으며 다시 태어나 새로워지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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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당신이 그토록 고단하고 힘겨웠던 것은, 올해 다시 태어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이슬아 작가의 빛나는 문장처럼, 당신이 견뎌낸 그 모든 슬픔과 고난이 올해 비로소 빛이 되고 출구가 돼주기를 바란다. 2020년의 당신이 이제 갓 태어나 더 잘 살아보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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