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이 전년보다 10.3% 감소하며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정부는 새해 수출이 빠른 시일 내 ‘플러스 전환’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해 수출이 5,424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인 2018년 대비 1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수출은 지난 2016년 직전 연도보다 5.9% 감소를 기록한 뒤 3년 만에 다시 역성장에 빠졌다. 감소폭으로 치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3.9%를 기록한 후 10년 만에 나타난 두자릿수 감소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국면, 홍콩 사태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반도체·석유제품 등의 업황이 부진했던 것이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도체는 2018년보다 수출이 25.9%나 감소했다. D램과 낸드 등 한국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의 단가가 하락하고 반도체가 많이 쓰이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데이터센터가 수요를 크게 줄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자동차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점유율 회복에 힘입어 2018년 1.9% 감소에서 지난해 5.3% 증가로 플러스 전환했다. 바이오헬스(8.5%), 2차전지(2.7%), 농수산식품(4.4%) 등 품목의 수출도 전년보다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신남방국가가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산업부는 “신북방 역시 다른 지역과 비교해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세계 경제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수출 대외 여건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수출은 45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6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 이후 7개월 만에 한자릿수로 감소폭이 줄었다. 수출이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행(2.7%)과 현대경제연구원(2.3%), 산업연구원(2.5%) 등에서도 올해 수출이 소폭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지난해 12월에 발표하면서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4분기 수출을 조기에 플러스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며 “무역금융과 수출 마케팅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출 여건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반도체 시장이 2018년 슈퍼사이클(초호황)을 지나 하향세로 꺾인 만큼 업황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또 미중이 완전한 무역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어서 세계 무역 시장을 다시 출렁이게 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