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타지마할




1631년 무굴제국 5대 황제인 샤자한이 영토확장을 위해 군대를 이끌고 원정길에 올랐다. 황제가 전쟁터로 나가면 왕위를 물려받을 왕자가 동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샤자한 황제 곁에는 늘 뭄타즈 마할 왕비가 있었다. 사랑하는 부인인 동시에 정치적인 조언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데칸고원 전투에서 불행이 찾아왔다. 전투지 근처 야외 천막에서 아이를 낳던 왕비가 열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슬픔에 잠긴 황제는 1년여를 고민 끝에 왕비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궁전 같은 묘지를 짓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사는 아그라 성에서 가까운 자무나 강가에 사랑을 상징하는 건축물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타지마할 건설이 시작됐다.


황제는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건축가를 불러오는 등 열과 성을 다했다. 흰 대리석과 붉은 사암은 인도 현지에서 조달했지만 내·외부를 장식한 다아아몬드·홍옥 등 보석류는 이집트·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했다. 대리석 운반에 코끼리 1,000마리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착공 22년 만인 1648년 완성된 타지마할은 화려한 무굴양식 정원과 하얀 대리석 위에 새겨진 꽃과 조각·문양 등 묘지명 뜻 그대로 ‘찬란한 무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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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서남북 어디서 봐도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고 정사각형 모양의 정원은 기하학적으로 꾸며졌다. 커다란 정사각형 안에 16개의 정사각형 정원이 자리한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지마할은 그 화려함 때문에 끊임없이 약탈의 대상이 됐다. 인도를 식민통치한 영국은 거대한 돔을 장식하고 있던 황금을 떼어내고 구리로 덮는 등 훼손에 앞장섰다. 복원 작업 덕에 지금은 옛 모습을 거의 되찾아 매년 6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 관광명소가 됐다.

최근 인도 정부가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된 시위로 타지마할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주간 20만명이 관광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관광객이 1년 전에 비해 60%나 급감할 정도로 심각한 모양이다. 인도 경제가 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와중에 관광산업마저 타격을 받으니 인도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생겼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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