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또는 너무 짧으면 현재 의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알려진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대 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옥스퍼드대·뉴캐슬대·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캐나다 토론토대 등의 연구진이 동참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수면 시간이 하루 11시간 이상이거나 4시간 이하면 ‘생체시계(body clock)’를 교란해 이 불치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너무 적게 자는 사람보다 너무 많이 자는 사람의 폐섬유증 위험이 훨씬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생체시계를 조작하면 폐섬유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동물 실험에서 확인됐다. 이는 생체시계가 폐섬유증의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수면, 호르몬 분비, 신진대사 등을 제어하는 신체 기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정상이라면 폐의 생체시계는, 코와 폐를 연결하는 기도(airways)에 주로 분포한다.
그런데 생쥐 실험 결과, 폐섬유증이 있으면 생체시계의 ‘진동(oscillations)’이 허파꽈리(alveoli)까지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생체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을 조작하면 폐 섬유화 과정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실험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어 ‘UK 바이오뱅크’의 등록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나치게 길거나 짧은 수면 시간과 폐섬유증이 연관돼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이런 사람들의 폐섬유증 발병 위험은, 수면 시간이 정상(하루 7시간)인 사람의 2배(4시간 이하 수면) 또는 3배(11시간 이상 수면)에 달했다.
또한 깊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야간 시프트 근무를 하는 사람도 폐섬유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생체시계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REVERB α’ 단백질이 폐섬유증 발병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REVERB α가 폐섬유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콜라겐)의 생성에 변화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관련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렸다. 맨체스터대 측은 지난해 12월30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논문 개요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