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의 지위를 누렸지만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굴곡을 겪다 화려하게 부활한 기업들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환골탈태’다. 기존 주력 사업영역에서 과감히 탈피해 신성장동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할 때 다시 세계적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8년 12월 MS는 미국 나스닥에서 애플을 추월하며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MS의 시총 1위 탈환은 2002년 이후 무려 16년 만이었다. 2019년 내내 MS는 시총 1위를 유지하다 10월 중순 들어 애플에 다시 자리를 내줬지만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떠오르는 애플을 지는 MS가 다시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MS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업이었다. 컴퓨터(PC)에 없어서는 안 될 운영체제(OS) 윈도95와 윈도98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1998년 첫 시총 1위에 오른 MS는 2000년대 들어 모바일 혁명으로 PC를 점점 스마트폰이 대체하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3년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그 결과는 2년 만인 2015년 인수대금과 맞먹는 76억달러 자산상각, 즉 실패였다.
MS에 반전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과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 등을 인수한 데 이어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MS의 클라우드 ‘애저’는 기업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주요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동반자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며 ‘르네상스’를 맞았다. MS의 2019회계연도(2018년 7월~2019년 6월)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390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했다. 5년 전만 해도 눈에 띄지 않던 사업이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일본 전자업계의 간판 소니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0년대까지 가전과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소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후발 주자에 밀리며 위기를 겪다 카메라용 이미지센서와 비디오 게임기로 주력을 교체한 뒤 전성기 못지않은 위세를 누리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소니는 세계 시장 점유율의 절반에 육박하는 이미지센서에 힘입어 지난해 3·4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 26억8,800만달러(약 3조2,000억원)를 기록, 반도체 기업 중 세계 9위에 올랐다. 2009년 4·4분기(8위) 이후 약 10년 만에 ‘톱10’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일본 업체로는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