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증은 실권주 잔액인수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흥행 실패 가능성 커지면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인수자 측에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30억원 규모) 이후 석 달 만에 올해 두 번째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약 20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금조달의 목적은 운영자금(99억원)과 채무상환자금(100억원), 기타자금(7억8,000만원)이며, 신주는 기존 발행주식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0만주에 달한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3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주가 급락 등 여러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유증 흥행 실패를 우려해 유증 규모를 100억원 가량 줄이고, 신주 발행가액을 기존 2,855원에서 1,880원으로 낮췄다. 실권주는 한양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70%와 30% 비율로 인수하게 된다. 기본수수료는 모집총액의 2.8%, 실권주가 생기면 총 금액의 12%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진원생명과학이 실권주를 떠안는 인수단에게 댓가로 상당한 ‘웃돈’을 얹어주는 셈이다.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2,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월 초 만하더라도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4,000원대를 줄곧 유지했지만,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등 회사를 둘러싼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한 달 사이에 40% 이상 주가가 폭락했다. 이 여파에 대규모 유상증자 일정은 한 달 동안 두 차례나 연기됐다.
진원생명과학은 오랫동안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C형간염 △중등열성혈소판감소 증후군 예방 등 DNA백신 개발에 공을 들여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지속적인 실적 악화가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회사 곳간을 탕진하고 있는 셈이다.
진원생명과학의 매출액은 수년간 200~3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1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손실을 기록해왔다. 특히 매출원가가 매출액 대비 95% 가까이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R&D 비용과 인건비가 높은 바이오업체 특성상 수익이 날래야 날 수 없는 구조다.
올해 3분기 진원생명과학의 누적 영업손실(별도)은 48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 406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은 3분기 기준 2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4분기에도 37억원 가량 순손실을 기록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 진원생명과학의 누적결손금은 무려 613억원에 달해, 자금조달(주식발행초과금, 416억6022만원)을 통해 회사를 연명해 왔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실권주 인수회사는 진원생명과학의 주식을 인수한 후 신주교부일 전 영업일부터 즉시 매각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진원생명과학의 주가가 인수단의 실권주 주당 평균가격보다 하락할 경우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유상증자 청약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진원생명과학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의 소액주주는 87.4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