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7680x4320) TV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기(氣) 싸움이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진다.
지난해 9월 가전박람회(IFA)에서 8K 화질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는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또다시 격돌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2020년형 ‘QLED 8K TV’ 전 모델의 ‘8K UHD’ 인증을 획득하며 화질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간의 8K 시장 주도권 다툼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8K TV 시장이 2년 뒤에는 올해 대비 4배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TV 시장의 주도권 다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CES 2020의 키노트 스피커를 맡은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과 LG전자의 새로운 수장을 맡은 권봉석 사장은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잇따라 간담회를 개최하며 미래 TV 시장 비전을 공개한다. 김 사장은 7일, 권 사장은 8일 간담회를 각각 개최한다. 삼성전자가 ‘선공’을, LG전자가 ‘후공’을 펼치는 셈이다.
김 사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육성 중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기반의 화질 업그레이드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이크로 LED 기반의 디스플레이인 ‘더월’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 CES 2020에서는 TV 폼팩터 형태의 마이크로 LED를 공개하며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0에서 8K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기준 8K TV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은 최근 8K협회로부터 2020년형 QLED 8K TV 전 제품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며 혹시나 모를 화질 논란도 사전에 차단했다.
LG전자는 권 사장이 취임 후 첫 간담회를 CES에서 개최하는 만큼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는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지난해 3·4분기에 8K TV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라는 두 가지 라인업으로 시장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권 사장이 LG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디스플레이 전문가인데다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사장 또한 CES에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개최하는 만큼 LG그룹사의 8K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자는 또 CES 2020에서 최신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탑재한 8K TV 신제품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는 기존 88형에 77형을 추가하고 LG 나노셀 8K는 기존 75형에 65형을 새로 선보인다. LG전자는 8K TV 신제품에 유튜브 8K 영상재생 코덱인 AV1·VP9과 함께 HEVC를 내장했으며 8K 영상을 초당 60장 재생하는 HDMI 2.1 포트 4개도 탑재했다. AI 프로세서 ‘알파9’ 3세대를 적용해 2K와 4K 해상도 영상을 8K 수준의 화질로 높이는 ‘업스케일링’ 기능도 제공한다. 특히 LG전자는 CES 2020에서 ‘롤러블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OLED의 기술 우위를 8K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국·대만·일본 업체 등도 8K TV 신규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라 CES가 ‘한국 업체만의 전장’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8K TV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 샤프는 CES 2020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으며 하이센스·TCL·소니·파나소닉 등도 신규 8K TV 라인업을 공개한다. 특히 소니·파나소닉 등은 올해 도쿄올림픽이 8K 화질로 생중계되는 만큼 관련 콘텐츠 및 시장 파급력 우위를 자신한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8K TV 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며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시그메인텔컨설팅에 따르면 올해 8K 기반 LCD 패널 출하량은 50만장 수준으로 LCD 패널 전체 출하량의 0.2%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 또한 올해 8K TV 판매량을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난 32만대 수준으로, 2022년에는 12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양철민·고병기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