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보일러업체 귀뚜라미가 경쟁사인 경동나비엔 전직 대표를 새 대표에 영입했다. 일부에서는 국내외 보일러 시장을 놓고 1·2위 업체간 경쟁이 더 격화되는 예고편이라는 분석이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매년 매출 1·2위 자리를 놓고 박빙 경쟁을 하고 있다.
6일 귀뚜라미는 최재범 전 경동나비엔 사장을 신임 대표로 전격 선임했다고 밝혔다. 최 신임 대표는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 본부장,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백색가전 대표, 메디슨 대표, 경동나비엔 대표 등을 지내며 해외영업에 수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가 경쟁업체인 경동나비엔 전직 대표를 영입한 것을 업계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이 포화돼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어제의 적’을 ‘동지’로 영입하는 일이 처음 벌어져서다. 경쟁업체 전직 대표를 영입해 조직의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최재범 대표는 경동나비엔 해외사업 성장의 일등공신이다. 2010년 경동나비엔 대표에 오른 이후 북미 시장에서 콘덴싱 가스온수기로 당시 시장에 없던 친환경 트렌드를 만들었다. 보일러 시장에서도 선전했다. 경동나비엔은 대형 주택이 많아 가정마다 다른 난방환경을 가진 시장 특성을 고려해 난방·온수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런 현지화 노력은 러시아에서도 통해 경동나비엔은 2016년과 2018년 ‘러시아 국민 브랜드’에 뽑혔다. 경동나비엔보다 해외사업 진출이 늦은 귀뚜라미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경동나비엔 매출액은 7,300억원, 귀뚜라미 매출액은 5,600억원이다.
귀뚜라미 내부에서는 “미래 50년을 위해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귀뚜라미측은 “(최 신임 대표는) 신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 경험이 풍부해 해외시장 개척에 추진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뚜라미 대표를 맡았던 송경석 사장은 작년 11월 귀뚜라미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주사인 귀뚜라미홀딩스를 맡게 됐다. 송 신임 대표는 2012년 귀뚜라미그룹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귀뚜라미에너지 대표, 귀뚜라미 대표 등을 거치면서 회사 사정에 밝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귀뚜라미그룹은 2023년 그룹 매출 2조원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