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이 이란군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하면서 고조되고 있는 양국 간 긴장이 불러올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비해 유사시 총 2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위기 발생 시 비상대응 체계 역시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발생한 중동 지역 상황과 관련한 국제·국내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 석유 수급, 수출 등 실물 경제 영향, 해외 건설 현장 동향과 안전 조치,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행 선박 안전조치 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석유·가스 수급 차질 발생 시 대체 도입선 확보 등을 통해 수급 안정에 필요한 추가 물량을 조속히 확보하기로 했으며, 상황에 따라 필요 시 2억 배럴 수준의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비상 대응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정유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동향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중동 정세와 국제 석유·가스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아직 중동 지역 석유·가스시설이나 유조선 공격으로 인한 직접적인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서 수입해오는 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이 높은 만큼 긴급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원유의 중동산 비중은 70.3%, LNG는 38.1% 가량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 실장은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중동 정세와 국제 석유·가스 시장 동향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국내 석유·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현재 중동 건설현장에서의 국민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범부처·업체 간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재외국민 보호 매뉴얼에 따라 신속 대응하기로 했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사, 재외공관 등과 핫라인을 구축해 단계별 대응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다. .
그러나 기업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하면 정유업계뿐 아니라 석유화학, 조선해운, 항공 등 관련 업계들까지 ‘도미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제 이행할 경우 유가를 포함해 국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 /세종=조양준·한재영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