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등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증폭되면서 이달 17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대외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기업의 투자심리나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금리를 내리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하고 금통위 회의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동결론이 우세하다.
6일 한은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경로는 석유시장이다. 이란이 미국에 보복을 가하고 미국이 이란 경제의 핵심인 정유시설을 파괴하는 식으로 갈등이 확산하면 중장기적으로 정유사 등 공급측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다만 반대로 국제 유가 상승이 오히려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이달 회의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만큼 금통위가 이번 사태를 금리 결정에 바로 반영하기 보다 금리를 동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신중론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공급측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지만 현재 물가가 워낙 낮아서 금리 인하 여력은 남아있다”면서도 “중동 문제는 불안요인이지만 미중 갈등이 완화하는 등 다른 대외 이슈도 있어서 금통위가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본 후 상반기 내에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그동안 이란이 경제제재를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량의 셰일가스 등을 고려했을 때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며 “금통위가 당장 금리를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면서 흐름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도 “물가움직임에 더해 국내외 경기상황과 금융안정상황, 추가 금리 조정 시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