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토머스(28·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새해 첫 대회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4위 토머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73·7,494야드)에서 열린 센트리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TOC·총상금 670만달러)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9타(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를 쳐 공동 선두에 오른 뒤 연장전에서 잰더 쇼플리(28), 패트릭 리드(30·이상 미국)를 차례로 제쳤다. 전년도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2017년에 이어 3년 만에 거둔 두 번째 우승이었다.
가장 먼저 2019~2020시즌 2승 고지를 밟은 토머스는 페덱스컵 랭킹과 시즌 상금 1위로 올라서는 소득도 올렸다. 특히 통산 12승째로 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30세 이하 현역 선수 중 최다승을 쌓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11승의 ‘절친’ 조던 스피스(미국)를 앞지른 토머스는 이날도 비슷한 연령대의 쇼플리(4승)와 리드(7승)를 제압해 비교우위를 확인했다. 2017년과 올해 이 대회, 2017년 소니 오픈(이상 하와이), 2017년과 2019년 더 CJ컵(제주) 등 12승 중 5승을 섬에서 수확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실 토머스는 이날 더 일찍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대회 2연패를 노린 쇼플리에게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토머스는 2타 차로 벌어진 8번홀(파3)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3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18m 거리에서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낸 쇼플리와 공동 선두를 이뤘다. 기세를 이어 9번홀(파5)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선 토머스는 10번(파4)과 11번홀(파3)까지 4연속 버디로 2타 차까지 달아났다. 쇼플리가 13~15번홀 버디로 추격했지만 토머스 역시 14번과 15번홀 버디로 응수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남긴 시점까지도 1타 차로 앞선 토머스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이때 토머스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그가 두 번째 샷을 페널티 구역인 왼쪽 깊은 풀숲에 빠뜨린 반면 쇼플리는 2온에 성공했다. 1벌타를 받은 토머스는 4타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뒤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쇼플리가 실수했다. 2퍼트로 버디를 잡으면 역전 우승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글 퍼트를 너무 강하게 친 뒤 버디 퍼트마저 빗나가 파에 그쳤다. 이로써 이날에만 7타를 줄인 리드까지 14언더파로 동타가 되면서 승부는 3인 연장전으로 향했다.
‘지옥’에서 벗어나 기사회생한 토머스는 결국 3차 연장전 끝에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18번홀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토머스와 리드가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쇼플리를 밀어냈다. 2차 연장전을 파로 비긴 토머스는 세 번째 승부에서 세 번째 샷을 1m 안쪽에 붙였고 버디 퍼트를 놓친 리드를 돌려세웠다. 우승상금은 134달러(약 15억7,000만원).
5타를 줄인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11언더파로 4위에 올랐고 첫날 선두를 달렸던 호아킨 니만(칠레)은 리키 파울러(미국)와 함께 공동 5위(10언더파)에 자리했다. 생애 첫 우승으로 ‘왕중왕전’을 처음 경험한 강성훈(33)은 34명 중 공동 25위(이븐파)로 마감했다.
한편 지난달 히어로 월드챌린지에서 규칙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리드는 이날 연장전 도중 갤러리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3차 연장전에서 2.5m가량의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친 순간 한 관객이 “사기꾼(cheater)”이라고 외쳤다. 리드는 플레이에 직접 방해를 받지 않았으나 관중석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분을 삭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