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9일경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검찰이 이에 대해 어떤 대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말 국회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뒤 개별 의원들을 접촉해왔으나 지난달 24일 여야 ‘4+1 협의체’가 내놓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수정안에는 검찰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본지가 대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의견서와 ‘4+1 협의체’ 박주민·유성엽 의원이 발의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을 분석해보니 검찰이 낸 10개 항목의 수정 의견 중 3개만 일부 반영되는 데 그쳤다. 이 의견서는 지난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이후 법안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해 제출한 것이다.
먼저 검찰은 검사가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 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 승인을 거쳐 수사 개시를 가능케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경찰이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를 했거나 뇌물·마약 등 피해자가 없는 사건을 인지 수사한 경우엔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사가 경찰에게 보완수사와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선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이란 문구를 빼야 한다고 의견을 냈으나 수정안은 이를 그대로 두었다. 또한 두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찰관에 대해 검찰총장 등이 징계를 요구하면 자동으로 절차가 개시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기각했을 때 이를 심의하는 영장심의위원회 설치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수정안은 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수정안이 검찰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부분은 검사가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 ‘대형 참사’를 추가하고 ‘경찰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변경해 수사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또 원안에서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위증·증거인멸·위증 등만 인지해 수사할 수 있게 한 것도 검찰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해당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확대했다. 또 검찰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한 기록을 검사가 60일 이내에 검토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기한을 삭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으나 수정안에선 60일을 90일로 늘리는 데 그쳤다.
이처럼 검찰의 우려 섞인 의견이 미미하게 반영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하면서 검찰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검찰은 “국회에 의견을 충분히 피력했다”는 입장이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행정-수사 경찰 분리,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개혁이 늦어지는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만 약화되면 ‘경찰공화국’이 되리란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지난해 4월부터 나온 안이 큰틀에서 유지되고 있어 막판에 ‘범죄 인지 시 통보’ 조항이 들어갔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안 처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윤 총장은 앞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 밝혔기 때문에 검찰의 의견을 법안에 더 반영하기 위해 강수를 두기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