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육감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례에 대한 재의를 서울시의회에 요구했다. 학교장에게 위임한 권한을 교육감이 직접 행사해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교육감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개정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9일 발표했다. 해당 안은 교육감이 지역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한 행정권한을 필요에 따라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교육청은 이 조례가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고 상위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 재의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법제처도 권한을 위임해놓고 필요에 따라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개정은 대법원 판례에 비춰 ’권한의 위임‘의 속성과 모순돼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의가 요구된 조례는 시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재의결된다. 교육감은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시의회의 이번 조례 개정이 학교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이용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작년 서울 장안초등학교에서 교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학생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정문을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당시 불편을 겪은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과 민원제기가 이어졌고 해당 지역구 시의원까지 개입했지만 끝내 정문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시의원들이 시교육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조례를 개정한 것이다. 학교개방을 두고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교육현장에서는 학교개방 시 학생안전이 위험해지고 시설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이 많다. 이와 반대로 학교도 지역사회 일부인만큼 주차난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