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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증언들]소설 속 디스토피아에 비친 전체주의의 민낯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황금가지 펴냄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 그는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을 선보여 페미니즘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소설 ‘시녀 이야기’는 미국에서 2017년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로도 만들어졌다. 가상의 미국 정권을 무대로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까닭에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운동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시녀들이 입는 흰색 모자와 빨간 옷은 아르헨티나, 헝가리, 아일랜드, 폴란드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 됐다. 1985년 출간된 이 책은 미투 운동 등 사회적 변화로 인해 최근 2년 동안 1,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가며 화제의 중심에 다시 서고 있다. 신간 ‘증언들’은 ‘시녀 이야기’로부터 15년 뒤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19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했다.


‘시녀 이야기’ 출간 이후 34년 만에 선보인 ‘증언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직업을 가진 아그네스, 리디아, 데이지 등 3명의 여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전작에서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비롯해 배경이 된 가상의 국가 ‘길리어드 정권’의 몰락 과정을 그렸다. 길리어드의 하층계급인 이코노가족(Econo-Family), 상류층인 야곱의 가족, 사령관 가족 등 계급 설정은 디스토피아를 그린 판타지물에 가깝다. 길리어드 정권에서는 하층민 여성들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평생을 시녀로 살거나 대리모 역할을 하는 등 그야말로 길리어드의 부속물로 살아간다. 야곱이나 사령관의 아들인 ‘최고의 남성’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은 비슷한 계급이거나 아름다운 여성이어야 한다. 그런데 여성이 외모를 가꾸는 것은 남성을 충동하는 정숙하지 못한 일로 치부해 금기시한다. 애트우드가 만들어낸 이 길리어드의 계급 사회는 남성중심주의와 전체주의라는 현실에 대한 은유와 상징에 가깝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현실과 사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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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은 세 명의 여성 증인들을 통해 어떻게 이러한 길리어드 사회가 만들어지게 됐고 부패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전작 속의 악명높은 교육자이자 ‘철의 여인’인 리디아 아주머니가 증언자로 나선다. 그는 수기를 통해 아주머니 계급이 만들어진 과정부터 그들 간에 벌어진 권력 다툼 등을 상세하게 기술한다. 길리어드의 마수에 삶이 통째로 흔들린 캐나다 출신 소녀 데이지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길리어드 국외의 상황이 묘사된다. 아그네스는 사령관의 양녀로 키워지지만 결국에는 팔려가듯 다른 사령관과 결혼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는 길리어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또 전작에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주인공 오브프레드의 생사와 그가 빼앗긴 딸에 대한 이야기도 이들의 증언에 담겨 있다. 1만5,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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