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는 우리나라가 2005년 12월1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으로 도입한 퇴직연금제도의 한 유형이다.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회사 도산 등으로 퇴직금 지급 불능에 빠질 수 있는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퇴직금과 달리 연금형식으로 받아 자산관리에 도움이 되며 부담금 납입액이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돼 절세효과도 볼 수 있다. 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부담금은 회사의 상황에 따라 사업연도별로 납입금액을 달리 할 수 있고 수급자가 퇴직하기 전까지는 지급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법인세 법령에는 임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면 퇴직급여 손금산입(법인세법상 비용이지만 회사는 비용처리 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 한도가 적용된다. 하지만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입하면 손금산입한도가 적용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임원에 대한 퇴직연금 부담금은 손금산입한도를 준용하되 손금산입한도 초과여부를 임원 퇴직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판단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이에 A회사도 임직원에 대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도입을 결정했다. 정관상 임원퇴직금 지급기준에 따라 B대표이사에 대한 퇴직연금 부담금을 은행에 납입하고 법인세 신고 때 손금으로 산입했다.
문제는 세무당국의 판단이었다. 세무당국은 A회사가 다른 임직원에 대해서는 퇴직금 중간정산금액을 부담금으로 납입하면서 B대표이사에 대해서만 이를 초과해 부담금을 과다 납입한 것은 실질적으로 퇴직금과 같다고 봤다. 과다납입액을 손금으로 산입하지 않은 A회사에 법인세를 부과했다. B대표이사에게 사실상 추가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소득 처분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원에 대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은 납입일이 속한 사업연도에 그 전액을 손금산입하되 퇴직 시까지 납입된 부담금의 합계액을 임원에 대한 퇴직급여로 판단했다. 수급자의 퇴직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손금산입한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A회사의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은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대법원 2019.10.18. 선고 2016두48256 판결)해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임원에 대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부담금의 손금산입 시기와 한도에 관한 법인세 법령의 취지와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다. A회사가 퇴직급여 지급형태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변경한 뒤 처음 납입한 부담금 액수만으로는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지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2년까지 전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도입된다. 이번 판결은 각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