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눈사람

-이재무

눈 내린 날 태어나


시골집 마당이나 마을회관 한구석

혹은 골목 모퉁이 우두커니 서서

동심을 활짝 꽃피우는 사람

꽝꽝 얼어붙은 한밤 매서운 칼바람에도

단벌옷으로 환하게 꼿꼿이 서서

기다림의 자세 보여주는

표리가 동일한 사람

한 사흘,

저를 만든 이와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마음의 심지에 작은 불씨 하나 지펴놓고

관련기사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이

이 세상 가장 이력 짧으나

누구보다 추억 많이 남기는 사람

ㅇ



그 많던 눈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솔잎 눈썹에 숯덩이 코, 벌거벗은 외투에 솔방울 단추, 하얀 대머리에 빨간 대야를 눌러써도 어울리던 눈사람. 빗자루 팔 활짝 펴고 늦은 귀가를 맞아주던 눈사람. 뜨거운 아랫목도 손난로도 한사코 마다하던 눈사람. 소한 대한 추위 다 지켜주고, 봄이 오면 슬며시 풍년을 남기고 사라지던 눈사람. 가랑눈, 싸락눈, 도둑눈, 함박눈… 가난한 마을도 부자 마을도 평등하게 덮어주던 복지사 눈은 어디로 갔을까. 만년설도 녹는다는 북극 제 고향 구하러 엄지장갑 끼고 달려갔을까. 그리운 눈사람.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