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일본에서는 사사키 로키라는 고교 야구선수의 경기 결장을 두고 여론이 양분되어 뜨거운 논쟁을 벌인 일이 있었다. 고교야구에 대한 일본의 인기를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의 고교야구는 현마다 예선전을 거쳐 한 팀만 고시엔에서 열리는 전국대회 본선에 출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전국대회 진출권을 두고 벌어진 이와테현의 지역대회 결승전에서 감독은 그를 마운드에 세우지 않았고 그 고교는 12대 2로 대패하여 고시엔 진출에 실패하였다. 그 후 학교로 감독의 조치에 항의하는 전화 수백 통이 걸려왔다고 한다.
사사키 로키는 163km의 경이로운 강속구를 던져, 언론으로부터 “레이와(令和)의 과물투수”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그가 일본에서 국민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야구만화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캐릭터였다. 그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아버지를 잃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초등학교 시절 포수였던 친구를 다시 만나 배터리를 구성하였다. 그는 중학교 때 벌써 강속구를 던지면서 전국의 야구 명문고로부터 입학제안을 받았지만 중학교 시절의 야구동료들과 함께 고시엔에 가겠다면서 그 제안을 모두 물리치고 친구들과 함께 그 지역의 공립학교에 진학하였다. 이러한 사연이 언론을 통하여 알려지면서 그는 고등학교 시절 벌써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도 결국 그 고교 팀이 지역대회 결승에서 지면서 친구들과 함께 고시엔으로 가겠다는 그의 꿈도 좌절되었다. 감독은 바로 전날 연장전까지 가는 준결승에서 사사키가 194구나 던졌기 때문에 그 다음 날 있었던 결승전에서는 출전시킬 수가 없었다고 말하였다. 이 감독의 결정을 두고 야구 전문가들이 논쟁에 가담하였다. 감독의 결정이 유감이라는 견해도 있었고, 훌륭한 결단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사키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재일교포 출신 장훈은 일본 아침방송에 출연하여 3년간 함께 고시엔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사사키는 결승전에 나왔어야 한다, 부상을 무서워할 바에야 스포츠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자 메이저리거인 한 야구선수는 “신룡(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용)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망설임 없이 그 코너를 없애달라고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감독이 사사키에게 출장 희망 여부를 물었다면 그는 출장하기를 희망하였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이 아닌가? 고시엔 진출의 꿈이 소중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일 수는 없지 않은가? 고교 졸업을 앞두고 일본 롯데에 입단한 후 그는 시속 170km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일본의 논의에서 전체를 위하여 개인이 희생하여야 한다는 식의 견해를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의 논란 중 감독의 결정을 지지하는 견해를 보면 일본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