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 소송의 글로벌화에 맞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설치된 국제재판부가 도입 2년 만인 17일 첫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관련 법까지 개정해 의욕적으로 도입한 제도인 만큼 이번 1호 사건 마무리가 지지부진한 국제재판부의 활성화 여부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3개 국제재판부 중 하나인 민사63-1부(박원규 부장판사)는 17일 오후2시 이 법원 1호 국제재판 선고기일을 연다. 해당 사건은 미국계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A사가 국내 중소기업인 B사·C사를 상대로 상표 사용금지, 제품·영업자료 폐기,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낸 소송이다. A사는 B사와 C사가 자기들의 제품과 비슷한 장비를 제조·판매해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첫 국제재판 결과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국제재판부는 최근 기업 간 특허분쟁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외국어를 사용하는 소송 당사자에게도 공정한 재판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법정 내에 통역사를 두고 소송대리인이나 당사자·법관이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으며 외국어 번역본 판결문도 작성된다. 비영어권에서는 사실상 한국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1월 관련 법원조직법 제62조 2를 개정한 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18년 6월 특허법원 제3부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민사 61·62·63부가 국제재판부로 변모했다.
유학 경험이 있거나 영어 의사소통에 능한 엘리트 인재들로 재판부를 채웠지만 서울중앙지법에는 1년이 넘게 국제재판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3월 일반 사건으로 접수됐던 이 소송이 같은 해 9월 국제재판으로 전환되면서 1호 사건이 됐다. 17일 선고가 되면 사법부 전체로는 지난해 1월 특허법원에 이어 두 번째, 1심 민사사건으로는 첫 번째 국제재판 판결이 된다. 해당 재판부는 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다.
이번 첫 사건의 재판 진행 결과에 따라 국제재판부 활성화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 당사자에게 효율성을 인정받을 경우 좁은 한국 시장, 높은 법률비용 등으로 주목받지 못한 제도가 활성화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재판 신청 건수가 너무 적어 다른 지방법원의 국제재판부 도입 논의까지 ‘올스톱’된 상황이다. 이 사건 외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국제재판도 전무하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 회사와 국내 회사 간 분쟁사건을 국제재판을 통한 집중심리 방식으로 심리해 신속하게 종결하게 됐다”고 평가했다.